소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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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본심에서 읽혀진 작품은『철길이 닿는 바다』『그 애의 여름노래』『막을 올릴때』『모색기』『대학조교』『니플하임의 땅』『함풍』등 모두 7편이었다. 『막을 올릴때』 는 젊고 생생한 학원가의 풍속화로 주제도 선명하고 일관성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도입부의 어색한 요설과 연극조에 너무 깊이 의지하고 있는 소설 전개방식이 결정적인 흠으로 지적되었다.
『니플하임의 땅』 은 당선작을 삼아도 손색이 없을 수준의 작품. 이 작품은 첫째 유사한 장면과 사건의 반복이 많고 불필요한 개인사의 진술이 길어진 점, 둘째 주인공이 겪어온 성의 체험이 새로운 삶에의 개안과 창조적 생명력으로 승화되기보다, 오히려 어떤 원죄적 함정으로 희귀해 버리고 있는 듯한 인상이 약점으로 함께 지적되었다.
『훈풍』의 흠은 이야기의 진행방직이 매우 민첩지 못한 점이다. 문장의 속도도 만족스럽지 못할 뿐 아니라 번번이 사건을 되돌려놓는 역순기술의 방법 역시도 작품을 지루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다. 그밖에도 이 작품에서는 불필요한 취재자료의 나열, 과도한 진술체 문장의 범람, 인물성격의 평면성등이 또 다른 결점들로 지적되었다. 동시에 이 작품은 그런 미비점들을 상쇄할만한 다른 여러 장점들도 함께 가려질 수 있었다. 풍부한 취재자료, 그것을 하나의 큰이야기의 흐름으로 엮어나가는 조직적이고 끈질긴 산문의 힘, 그리고 상황과 인간간의 극한적 대결에서 인간의 진실과 운명에 대한 필사적인 물음들로 이어지는 깊고 치열한 작가정신의 울림들은 이 작품의 가장 자랑스런 성과들로 읽혀진다.
유종호
이청준
최종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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