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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산업의 국책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정부는 첨단기술분야인 컴퓨터산업을 80년대 수출주도 산업으로 육성하기 의해 컴퓨터 연구개발을 국책연구과제로 선정했다.
상공부의 이 같은 발표는 우리의 국가적 여건과 현실을 감안할 때 오히려 늦은 감도 있지만 당연한 결정이며 불가피한 선택이다.
부존자원이 부족하고 대신 인력은 풍부한 나라로서 더욱 극심해져 가는 국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도의 기술개발로 대처해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우리는 이미 섬유와 전자기계에 의존하던 수출이 높은 장벽에 가로막히기 시작하고 있음을 느끼고 있으며 그에 따라 기술집약 적인 고부가가치의 생산력체계로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에 직면하고 있다.
생명과학과 전자산업의 육성은 그 핵심이다. 특히 전자산업분야, 그 중에서도 컴퓨터와 반도체, 로봇 등의 산업이 우리의 특성에도 맞고 또 국제경쟁에서도 겨뤄볼 만한 여지가 있다. 더구나 이것은 국방력 강화에도 절대적인 도움이 된다.
그 때문에 정부는 이미 올해부터 86년까지 4년 동안에 반도체개발에 2백58억원, 컴퓨터개발에 83억 원을 각각 투입하기로 결정한 바도 있다.
과학기술처의 계획에서는 소형 및 중형 컴퓨터의 집중개발에 초점을 맞추어 컴퓨터 언어처리기술, 단말제어기술, 마이크로프로그래밍기술, 시스템설계기술, 운영체제기술을 미국과 일본에서 도입하여 개발한다고 되어있다.
그런 종래 계획은 이번에 상공부의 국책적 적극지원 방침으로 좀더 구체화하고 발전되고 있다.
컴퓨터산업 분야에서 특히 경쟁력 확보가 쉬운 분야의 기기와 기술부터 단계적으로 개발하되 그것도 유형별 전문생산 체제를 구축하여 국내의 과당경쟁과 불필요한 낭비를 막으며 국산화가 이루어진 기기는 적국 보호하여 마침내는 수출산업으로까지 육성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정부의 컴퓨터산업 국책화방침에 관련해 몇 가지 주의를 환기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는 정부의 정책은 효율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기업의 자발적 투자와 개발노력이 원초적으로 제한되는 사태는 오히려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컴퓨터산업이 발족한지 15년간은 업계의 자주적 개발에 의존했으며 기술축적이 어느 정도 이룩된 72년부터 정부가 개발조합과 같은 형태로 집중 지원해 컴퓨터대국을 이룩할 수 있었다.
이에 비해 영국, 서독, 이탈리아 등은 정부가 지나치게 기업의 활동에 간여하여 역효를 내고있다.
둘째로 기왕 경부의 국책화가 이루어지는 이상 장기적 안목에서 컴퓨터산업의 미래전망이 세밀하게 짜여져야겠다.
일본의 경우는 지금 초LSI를 기조로 하는 제4세대 컴퓨터의 개발이 79년이래 추진되고 있는 것과 함께 벌써 82년부터는 제5세대 컴퓨터개발에 착수하고 있다.
재단법인「신세대컴퓨터 기술개발기구」가 독립적인 연구소를 마련하고 정부와의 협력 하에 90년대 기술에 도전하고있는 것이다.
우리는 오히려 선진국 수준보다도 정부의 지원이 더 앞서야 한다. 후발인 현실에서 그 수준에 못 미치면 끝내 후발을 면할 수 없다.
일본의 경우는 세제상「신기술」의 보호에 여간 예민한 관심을 쏟고 있는 것이 아니다.
셋째는 미래전망엔 기술축적의 체계적 노력이 있어야겠다.
현재 우리의 반도체, 컴퓨터기술 수준은 소규모 집적회로를 제작하고 소형컴퓨터를 조립 생산하는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작년에 우리는 32K ROM의 국산화에 성공했다고는 하지만 그 기술의 대부분이 선진국기술도입에 의존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런 만큼 기술도입은 지금 단계에서 매우 중요한 과제다.
그러나 현실에 있어선 컴퓨터나 반도체기술은 선진국들이 기술이전에 매우 폐쇄적이며 그 추세는 더욱 심화할 것이다.
그에 대비하여 우리가 어떻게 기술을 습득 개발하고 또 보호하느냐 하는 것이 중대한 문제다. 해외 컴퓨터산업에 인력을 적극 투입하여 기술습득에 총력을 펴야한다는 것은 불가피한 것이다. 인재양성에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한다는 것은 물론이다.
정부의 컴퓨터산업 국책화는 이렇게 우리의 국가적 경제발전을 위해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미래사회에 대응하여 결코 경쟁에 낙후함이 없이 행복하게 살기 위해 우리 국민들이 지금부터 첨단과학기술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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