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자꾸 나빠지는데도 정부와 청와대는 "3~4%대의 성장을 유지하는 것도 괜찮은 성적 아니냐. 너무 비관론에 빠질 필요는 없다"고 강변해 왔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003년 3.1%를 기록했고 올해는 3.8%로 전망되는 가운데 정부는 "과거 1970~80년대 압축성장을 한 만큼 이제는 안정된 성장 기조를 받아들여야 하며 이는 선진국형 경제 체질로 가는 모습일 수도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국민은 3%대나마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는 점을 전혀 실감할 수 없다고 하소연해 왔다. 결과는 국민의 느낌이 옳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가 계속 가라앉은 결과 올 2분기에 이르러 국민이 손에 쥔 실질소득은 1년 전과 비교해 전혀 늘어난 게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올 2분기 GNI는 166조145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74억원 줄었다.
무엇보다 교역 조건이 나빠진 게 가장 큰 이유라고 한국은행은 설명했다. 우리 경제주체들이 사들여 오는 원유 등 원자재값은 계속 올라가고 있다. 원유 도입원가는 1년 전보다 48%나 급등했다. 하지만 원자재를 들여와 열심히 물건을 만들어 봐야 수출 제품 가격은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제품은 가격이 계속 떨어지는 추세다. 이 같은 교역조건 악화 때문에 생긴 실질무역 손실액이 2분기에 10조원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GDP 성장률이 다소 올라가겠지만 유가 오름세가 예사롭지 않아 하반기에는 실질 GNI가 자칫 마이너스를 기록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 GNI=GDP에서 교역 조건 변화에 따른 실질무역 손익과 해외로 지급되는 배당금.이자를 뺀 것으로 국가경제가 일정 기간 동안 생산한 뒤 실제 손에 쥘 수 있는 소득을 나타낸다.
김동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