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석유가격의 하락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최근 빈에서 열렸던OPEC(석유수출국기구)석유 상 회의가「합의 없는 합의」로 끝남에 따라 세계 석유정세는「안정 속의 혼미」상태로 들어가고 있다.
OPEC는 당초 생산할당제를 강력히 실시하여 현행 배럴 당 34달러(아라비안 라이트 기준) 를 유지할 목표아래 석유 상 회의를 앞두고 막후협상까지 벌였으나 결국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말았다.
회의 후 OPEC는 지난 3월에 결정했던 하루 생산량 1전7백50만 배럴을 l백만 배럴 늘리고 현행 기준가격은 그대로 적용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OPEC 13개 회원국의 증산 희망량은 2천3백만 배럴에 이르렀다. 그 중에도 이라크와의 전비조달이 급한 이란이 현재의 생산량 하루 3백만 배럴을 고집하여 생산 상한선은 유명무실한 것이 되고있다.
1백만 배럴을 증산키로 했다지만 그 량을 어느 산유국에 주느냐 하는 것조차도 결정을 하지 못한 상태로 회의를 끝낸 것이 OPEC의 속사정을 말해준다.
이런 OPEC의 현황을 반영하듯, 외신은 생산량 분배를 확정짓지 못할 경우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산유국이 내년 봄에 유가를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OPEC의 카르텔 재구축작업이 실패하여 회원국간에 증산경쟁이 불붙고, 그러면 가격할인판로가 성행하게 된다는 예상이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석유의 성수기인 동기에도 제값을 받지 못한다면 수요가 감소하는 내년 봄 이후에는 더욱 공급과잉이 계속되리라는 것이 관계전문기관의 전망이다.
이미 현물시장가격이 30달러 선을 밑돌고 있는 석유시장을 참고하면 모든 것을 알만하다.
이처럼 OPEC의 가격 공세가 둔화하고 있는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세계경기의 침체와 소비절약으로 석유수요가 감소하고 대체에너지의 개발이 점차 이루어지고 있다는 에너지 정세의 변화를 들 수 있다.
OPEC 비 회원국의 산유량이 늘어나서 OPEC의 세계석유시장 점유율이 50%를 하회한다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눈을 OPEC 내부로 돌려보면 원유판매부진으로 각 회원국의 경상수지가 일제히 적자에 빠져들고 있다는 것을 알아내게 된다.
가장 튼튼하다는 사우디아라비아마저도 금년 3·4분기에 국제수지가 적자를 기록했다는 정도다.
따라서 아무리 생산 상한선을 정했다해도 내년 봄 이후에는 각 산유국이 증산을 하게될 것이며 그 결과 내부분열이 더 한층 일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성립된다.
종교, 정치, 국내정세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산유국의 이해일치라는 얇은 얼음장 위를 걷고있던 OPEC의 힘은 점차 시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그렇다고 해서 OPEC의 위력감퇴가 반드시 소비 국에 유리하다고 성급히 판단해서는 안 된다.
가격하락이 일어나서 석유수요가 다시 늘기 시작하면 언제든 가격인상을 할 수도 있다. OPEC는 휴화산이지 사화산은 아니라는 것이다.
석유의 전량을 수입하고 있는 우리는 그 동안의 석유가격 안정과는 관계없이 환율 상승분이 원유 도입 가에 오히려 부담을 주고 있는 형편이다.
내년에는 각종 석유류 세의 변경으로 유종 간 가격조정도 뒤따르게 된다.
경기회복은 원유도입의 증가도 가져온다.
세계석유시장의 일시적인 안정에 현혹되어 에너지 소비의 합리화, 대체 에너지의 개발 등에 등한해서는 안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우유가격의 앙등이 있을 것이라는 경고를 언제나 머리에 넣어 두어야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