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기온 회복한 ‘분양시장 수은주’ 더 올라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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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주택시장은 그럭저럭 괜찮았고, 신규 분양시장은 좋았다. 재건축·재개발이 평균 이하인 데 비해 수익형 부동산은 잘 했다.’ 올해 부동산시장의 분야별 채점을 하면 이럴 것 같다.

2014년 부동산 시장은 정부가 주물렀다. 2008년 이후 우울하던 시장 분위기가 대출 등 잇단 규제완화와 금리 인하 덕으로 모처럼 좋아졌다. 기존 주택시장에서 서울·수도권 성적이 좋았다. 올해 전국 아파트 거래량이 주택시장 절정기였던 2006년 이후 가장 많을 것 같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1월까지 64만4000여가구로, 2011년을 제외한 나머지 해의 연간 거래량보다 많다.

이달에 2006~2013년 12월 평균인 6만4000여가구가 거래되면 2011년(70만5000여가구)을 넘어선다. 서울·수도권은 연말까지 30만가구를 넘겨 2006년 이후 최대다. 한국감정원은 11월까지 서울·수도권 아파트값 상승률을 2.36%로 집계했다. 2008년(6.77%) 이후 최고치다. 지방 거래량 증가세와 가격 상승세는 둔해졌다. 한국감정원 김세기 부장은 “우여곡절이 없지 않았지만 지난해 연말 바닥을 쳤던 서울·수도권 주택시장이 올해 회복세의 기반을 다진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분양권 전매제한 완화 같은 호재를 만난 분양시장엔 물량이 쏟아지고 청약자들이 몰렸다. 업계 및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분양물량(예상치)이 28만여가구로 금융위기 전 수준을 회복했다. 10월 말까지 기준으로 전국 평균 청약경쟁률은 5.9대 1로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았던 2011년 3.8대 1의 1.5배가 넘는다.

 올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연 2.0%까지 떨어지면서 오피스텔·분양형호텔·상가 등 임대수익형 상품이 잘 팔렸다. 반면 재건축·재개발은 규제 완화 덕을 충분히 누리지 못했다.

  내년 부동산 시장 환경은 대체로 올해보다 다소 나을 것 같다. 주택산업연구원 등 연구기관들은 하나같이 내년 주택시장 전망에 ‘회복’이란 단어를 빠뜨리지 않았다. 주택시장에선 거래가 늘고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내년 입주물량이 줄고 서울에선 강남권을 중심으로 재건축 이주에 따른 주택멸실은 많아진다. 주택공급 부족으로 전세난이 심해지면 매매로 돌아서는 수요가 증가한다. 올 연말 들어 다소 꺾이긴 했지만 집값 회복 기대감이 살아 있다. ‘부동산 3법’이 국회를 통과해 규제 완화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시장의 심리는 더 개선된다.

청약자격이 완화되고 분양가 상한제가 풀릴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분양시장은 더욱 북적댈 것 같다. 주택건설업체들이 내년 분양계획 물량을 올해보다 늘려 잡고 있다. 상한제가 완화되면 분양권 전매제한이 거의 없어질 것이어서 분양권 투자수요도 늘어나게 된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수익형 부동산 수요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 같다. 시중에 유동자금이 풍부한 상황에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여윳돈이 수익형으로 쏠릴 것이다.

 하지만 내년 부동산 시장에 함정이 많다. 가장 큰 변수는 경기다. 경기가 좋아져야 구매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년 경제 전망이 밝지 못하다.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이 양적완화 정책이 종료를 앞두면서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국내 금리도 상승 압력을 받는다.

 명지대 권대중 교수(부동산학)는 “금리가 낮아도 대출을 갚을 자신이 없으면 돈을 빌려 집을 사거나 새 아파트를 분양 받지 않고 투자할 엄두도 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경제가 저성장 시대로 접어들었기 때문에 부동산 투자의 눈높이를 낮춰 안정성 위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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