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통영함 부실책임 해군 총장, 군 통솔 자격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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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감사원이 17일 황기철 해군 참모총장에 대한 사실상의 인사조치를 국방부에 요구했다. 통영함 음파탐지기(소나)를 계약할 당시 방위사업청 함정사업부장이었던 황기철 총장이 장비 제안요청서 검토 등을 태만히 했다는 이유다. 그 결과 최신형 구조함인 통영함에 1970년대 이후엔 사용하지 않은 성능 미달 소나가 납품됐다. 그나마 방사청 간부들과 업체의 농간으로 2억원짜리가 41억원짜리로 둔갑했다. 엉터리 소나 때문에 통영함은 건조 후에도 세월호 구조작업에 동원되지 못했다.

 감사 결과 황 총장의 비리 혐의는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무능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만약 총장 자리를 유지한다면 이날 감사원 감사 결과는 또 하나의 코미디가 될 것이다. 감사원은 해군 참모총장에게 “장비 구매 제안요청서가 부실하게 작성되지 않도록 하고, 성능 입증자료가 제출되지 않았는데 ‘충족’으로 평가하는 일이 없도록 관련자에게 주의를 촉구하라”고 주문했다. 그런데 주의를 받아야 할 당사자는 바로 황 총장이다. 무능하고 태만한 총장에게 어떻게 우리 해군의 지휘권을 계속 맡길 수 있겠는가. 그는 이미 총장의 자격을 상실했다.

 통영함뿐 아니다. KF-16 성능 개량사업도 ‘공군판 통영함’이 될 판이다. 1조7500억원의 예산이 책정된 이 사업은 미국 정부와 계약업체인 BAE시스템스가 최대 8000억원의 비용 인상을 요구하면서 중단됐다. 방사청은 록히드마틴으로 사업자 교체를 추진 중이지만 입찰보증금 620억원을 날릴 위기에 처했다. 이 사업은 미국과의 대외군사판매(FMS) 계약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런데 미국과 거래를 할 때 우리나라는 돈을 지불하는 ‘갑(甲)’ 위치에 있으면서 자주 ‘을(乙)’처럼 끌려다니고 있다.

 지난해 감사원이 FMS 방식 무기 도입을 감사한 결과 납품되지 않았는데도 대금을 지급하거나 미국의 청구액보다 과다 지급한 사례가 드러났다. 통영함이 제대로 성능을 발휘하려면 500억원이 더 들어가야 한다. 일부 부패하고 무능한 군인들 때문에 국민의 혈세가 낭비되고 있는 것이다. 방산 비리는 이적행위를 넘어 반역행위다. 이를 방치한다면 대한민국의 안보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