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선 "정상참작" 일단 훈방키로|자녀선도의 「숙제」제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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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이를 두고 각계에서는 어머니의 처사가 「가정교육의 포기」라며 비판적인 반응을 보이는가하면 『오죽하면 자식을 고발하겠느냐』는 동점론이 엇갈려 주목된다.
서울신월1동 최모씨(여·43)는 19일 이웃 이모씨(43) 집에 놀러갔다가 냉장고속에 넣어둔 현금 1만원과 액면 5만원짜리 자기앞수표를 훔친 장남 이모군(13·S중1년)을 서울강서경찰서에 넘겨 아들의 도벽을 고쳐줄 것을 요청했다.
한군은 ,이날 상오10시쯤 평소 친하게 지내던 이웃 심모군(15·S중학교3년)의 집으로 놀러가 방학동안 어떻게 지낼것인가를 이야기하며 건넌방에서 놀고 있다가 심군의 어머니 이씨(44)가 손지갑을 냉장고속에 넣어두는것을 보았다.
이씨가 인근 주유소식당에 일하러 나가고 심군이 머리를 감는다며 화장실로 나가자 한군은 냉장고문을일고 손지갑을 끄집어냈다.
한군은 손지갑에든 자기앞수표 10만원권1장과 5만원권1장, 현금1만원등 모두 16만원 중에서 5만원짜리 1장과 현금1만원을 끄집어내 호주머니에 넣었다.
한군은 이날 하오1시까지 놀다가 주산학원에 간다며 심군의 집에서 나와 훔친 돈으로 봉봉오린지주스 1개와 오징어 1마리등 l천6백원어치를 사고 거스름돈 8천4백원을 양말속에 감추고 자기앞수표5만원은 길거리에 버렸다.
주유소에서 일을 마치고 돌아온 이씨는 돈이 없어진 것을 알아내고 손지갑을 냉장고속에 넣어둘때 이를 본사람이 한군밖에 없어 한군이 훔친것으로 단정, 망설이던 끝에 한군의 어머니 최씨를 찾아가 이같은 사실을 이야기있다.
최씨는 전에도 한군이 집앞 구멍가게에서 돈을 훔친 기억이 떠올라 아들이 공부하고 있던 주산학원으로 달려가 아들을 다그쳤다. 한군은 그런일이 없다고 잡아떼었다. 최씨는 아들이 돈을 훔친 사실을 수긍하지않자 이번 기회에 아들의 나쁜버릇을 고치겠다며 인근 신월파출소에 처벌해 달라고 신고했다.
파출소에서도 계속 돈을 훔친 사실을 부인하던 한군은 경찰이 몸을 뒤져 양말속에서 쓰다남은 돈8원4백원을 찾아내자 고개를 떨구었다.
천추교신자인 최씨는 경찰에 아들을 처벌해달라고 넘기면서 『아무리 내자식이라도 죄과를 받아야 올바튼 사람이 될수있을것 같아 직접 파츨소에 데리고왔다』고 했다.
한군은 경찰에서 『다시는 나쁜짓을 하지 않겠으니 용서해달라』고 울먹였다.
한편 한군을 조사한 강서경찰서 수사과장 이도작경정은 한군의 부모가 직접 경찰서에 데려와 처벌을 요구했지만 정상참작의 점이 많아 훈방하여 가족품에 돌려보내겠다고 밝혔다.
한군은 인근 테니스장에서 노동을 하는 아버지(52)와 넥타이행상을 하는 어머니 최씨(국졸). 국민학교에 다니는 남동생 2명과 함께 전세 1백만원의 단칸방에서 어려운 생활을 하고있다. 최씨는 아들에게 용돈을 거의 못주었으나 어려운 형편에 주산학원까지 보내 잘키워보려고 애썼다고 말했다.
한군은 학교에서 60여명중 30등 정도의 중간성적이다. <도성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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