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경위 복사, 최 경위는 언론 전달 … 검찰, 청와대 문건 유출 경로 결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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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검찰은 청와대에서 유출된 문건 모두가 ‘박관천 경정→정보1분실 경찰관→세계일보’로 이어지는 단일 경로를 통해 외부에 유출된 것으로 사실상 결론 내렸다. ‘비선(秘線) 실세’ 논란의 당사자인 정윤회씨부터 박지만 EG 회장까지 주요 관련자 소환 조사를 마친 검찰은 조만간 박관천(48) 경정 등에 대한 사법처리 수순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임관혁)는 청와대 문건을 외부로 가지고 나온 것은 박 경정이고, 이를 서울경찰청 정보1분실 한모(44) 경위가 복사했으며, 지난 13일 자살한 최모(45) 경위가 세계일보 기자에게 전달한 것으로 잠정결론 내렸다고 16일 밝혔다. 박 경정이 반출해 정보1분실에 가져다 놓은 문건을 박 경정 모르게 한 경위가 복사했고 이를 넘겨받은 최 경위가 언론에 유출했다는 얘기다.

 최 경위는 검찰 수사 및 법원의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정윤회 동향’ 문건 유출은 자신과 관련 없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박 경정이 정보1분실에 가져다 놓은 라면박스 2개 분량의 서류뭉치에는 ‘정윤회 동향’ 문건과 ‘박지만 동향’ 문건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추측이 나왔다.

하지만 검찰 조사 결과 모두 해당 서류뭉치에서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한 경위가 숨겨놓은 휴대전화에서 찾아낸 통화내용 녹음파일을 근거로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이 녹음파일에는 한 경위가 한화S&C 직원에게 문건유출 과정에 대해 털어놓은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세계일보 조모 기자를 재소환해 문건 입수 경로 등을 조사했다.

검찰 관계자는 “유출 과정에 제3자가 개입했을 가능성은 없다”며 “그런 시나리오는 책임을 피하려는 사건 당사자들이 스스로 만들어내고 스스로 속은 결과”라고 말했다. 검찰은 박 경정에 대해서는 대통령기록물 관리법 위반 혐의, 한 경위에 대해선 공무상 기밀누설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검찰은 전날 국회에서 공개된 ‘유출경위서’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결론 내렸지만 일부 의심스러운 부분은 계속 수사하기로 했다.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이 청와대 오모 행정관을 통해 지난 6월 제출한 ‘유출경위서’에는 “민정수석실에 파견된 경찰관 중 누군가가 박 경정이 작성한 문건을 절취해 대검 수사관을 통해 세계일보 조모 기자에게 유출한 사실이 확인됐으니 빨리 회수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검찰 조사 결과 경위서에 등장하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파견 경찰관 등이 유출에 연루된 단서는 전혀 확인되지 않았다. 검찰은 문건을 유출한 최 경위가 가상의 유출 경로를 꾸며 박 경정에게 말했고, 이를 조 전 비서관 등이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청와대에 보고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법조계 일각에서는 “최 경위가 언론에 문건을 유출했다는 결론은 숨진 사람에게 혐의를 미루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박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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