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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가 68세 '백발 난타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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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 다음 달 중국에서 열리는 북한 주민 초청공연을 앞두고 연습 중인 ‘6070 난타팀’ 할머니들. 김천=조문규 기자

"'따따따 딱딱' 치고 '대~한민국' 세 번 한 뒤 '딱딱딱'하고 들어갑니다." 25일 오후 3시 경북 김천시 남산동 김천문화회관 1층 강당.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할머니들이 장구 대신 생수통을 두드린다. 한 할머니가 박자를 놓치자 "다듬이질도 안 해봤나. 자, 봐라"며 옆에 있던 할머니가 시범을 보인다.

이날 오후 2시 시작된 연습은 4시간 동안 계속됐다. 연습장은 후텁지근했지만 할머니들은 신명나게 악기를 두들겨댔다.

이들은 김천 지역 68~76세의 할머니 12명으로 구성된 '6070 난타' 멤버다. 모두 농사일을 하는 이들이 다음 달 23일 중국 지린(吉林)성 투먼(圖們)시의 시립극장 무대에 선다. 전 단장과 친분이 있는 투먼시의 민족종교협회와 노인협회 관계자들이 악단을 초청했기 때문이다. 공연장에는 중국과 북한의 합작회사인 함경북도 남양시의 중조합작공사 노동자 50명과 이곳 중국 동포 등 300여 명이 관람객으로 초청된다. 난타패는 '반갑습니다' '나의 살던 고향은' 등의 노래와 단막극 '만주로 떠난 아빠'에 이어 난타 공연을 선보인다. 노래와 반주, 연극의 배역과 효과음악 모두 이들이 맡는다.

처음 북한 주민 앞에 서는 만큼 각오도 대단하다. 30여 분간 시내버스를 타고 연습하러 왔다는 김옥선(71)씨는 "참깨를 떨고 고추도 따야하지만 큰 공연이 눈앞에 닥쳤는데 어떻게 밭일에 매달릴 수 있겠느냐"며 밝게 웃는다. 악단은 김천시의원 출신인 전재수(74) 단장이 2002년 9월 만들었다. 1995년부터 김천노인대학에서 '노인 건강관리' 강좌를 맡고 있던 그는 타악기 악단을 만들면 노인 건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전 단장은 육군본부 군악대에서 군생활을 해 여러 가지 악기를 다룬다. 큰북 등 중고 악기를 구입하기 위해 대구의 악기사에 들렀던 그는 가격이 생각보다 비싸 발길을 돌렸다. 이때 구상한 것이 재활용품 악기였다. 높이 80㎝짜리 플라스틱 통과 오일 깡통에 비닐을 씌워 큰북과 장구를 만들었다. 플라스틱 생수통은 장구로 활용했다. 못 쓰는 놋대야와 놋그릇, 자동차용 알루미늄 휠도 훌륭한 악기로 변신했다.

이들의 실력이 수준급이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초청도 잇따르고 있다. 난타패는 지금까지 전국의 축제장 등을 돌며 20여 차례 공연했다. 뒤늦게 이를 안 김천시는 지난해 8월 문화회관을 연습장으로 사용토록 했다.

김천=홍권삼 기자<honggs@joongang.co.kr>
사진=조문규 기자 <chom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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