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과 현대인의 병(306) - 이시형 <고려병원 정신신경 과장> 신경성정력감퇴증(8)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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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성 생활에 관한한 개인적인 차이도 많거니와 표현하는 방법도 사람마다 다르다. 점찮을 부리느라고 겸손을 떠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정력과시형도 있다.
환갑을 지난 나이에도 「매일밤」 운운한다는건 허풍을 떠는게 아니라면 이상이다.
반대로 중년을 지나면서 정력이 떨어진다는 사람들은 대부분 정신적인 원인을 갖고있다. 물론 만성질환을 앓고있는 경우라면 문제가 다르지만 뚜렷한 이유없이 정력이 감퇴한다면 우선 자기 생활주변부터 둘러봐야 한다. 사람에 따라선 아예 생각조차 없다는 체념파도 있다. 그래서 몇달을 독신생활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걸 그대로 방치하면 큰일난다. 생각조차 없다는건 정신적으로 문제가 걸려있다는 증거다. 걱정거리가 만성적으로 쌓여온 경우거나, 어디엔가 불만이 있는 경우, 무언가 인생에 회의를 느끼거나 우울증에 빠진 경우등 여러가지 정신적 요인을 생각할수있다.
과도한 신경과로로 인해 전혀 성적자극이 되지않을 경우도 바쁜 도시인에서 흔히 보는 원인이다. 생활의 리듬이 난조에 빠졌을경우, 혹은 불면증으로 오래 고생하는 경우등도 전혀 생각이 안날때가 있다. 특히 부인과의 애정에 금이간 경우나 불만이 있는경우등도 마찬가지 현상이 온다.
남자의 성신경은 젊을때엔 아주 동물적이어서 별로 가릴것이 없지만 나이가 들면 상당히 까다로와진다. 작은 정신적 자극에도 그만 무드가 깨어지는등 오히려 여성보다 더 예민해지는게 보통이다.
원인이 어떻건 생각조차 나지않는 이런 경우는 근본적대책을 강구해야함은 물론이고 저녁시간을 좀더 핑크무드로 만들 필요가 있다.
그 다음형으로 생각은 간절한데 뜻대로 안된다는 걱정파다. 호르몬 부족이라고 주사를 맞는 경우도 있지만 이것만은 절대금물이다. 나이 예순이 넘어도 호르몬부족이 원인인 경우는 거의 예외에 속한다.
정력강장제니 해서 보약도 지어먹고 최근엔 뱀·개구리등 별스런것도 먹어보지만 이런것들의 효과는 의학적으로 극히 의문이다. 그럴수록 초조하고 부인에게 자존심이 상하기도하고 창피해서 마음만 급해진다.
그땐 얼마간을 차분히 기다려보는것도 한 방법이다. 사람의 생활도 일정한 주기에따라 움직이는 것이어서 그동안 정양을 하면서 규칙적인 생활을 하노라면 다시 회춘이 된다.
술을 마셔보는 경우도 있지만 이것도 과음하면 정력을 오히려 떨어뜨린다. 술이란 성적으로 흥분을 시키지만 중추의 기능도 저하시켜 정력을 오히려 감퇴시킨다.
초조하니까 신경안정제를 쓰지만 이것도 조심할일이다. 사람에따라, 혹은 안정제의 종류나 양에 따라 장기간 쓰면 정력이 감퇴되는 부작용이 오기 때문이다.
자기 페이스에 맞는 적절한 성생활은 그 자체에서 오는 만족도 크지만 정신적 안정, 신체적 건강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또한 노화방지의 비결이된다.
정력감퇴가 상식적 수준을 넘어설땐 한번쯤 자기 생활을 뒤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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