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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에 아홉은 학원 다녀…일주일 평균 42.2시간 공부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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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눈앞에 외계인이 나타나 “삐리삐리~ 너에 대해 알려줘”라고 요구한다고 상상해 보세요.

여러분은 자신에 대해 얼마나 잘 설명할 수 있을까요.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말이죠.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소속 연구원들이 이 특별한 프로젝트에 도전했습니다. 초등학교 5·6학년으로 구성된 어린이연구원 ‘그린이(Greeny)’들이 1년간 연구를 진행하고 대한민국 어린이의 특성을 5가지로 나눠 정리했는데요, 현재 나의 모습과는 어떤 면이 같고 다른지 한번 비교해 보세요.

학교폭력 카톡감옥에 갇힐까 두려워요

초등학교 5학년 여학생 A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친구로 맺어진 6학년 언니를 몰래 삭제했다는 이유로 사이버폭력을 당했다. A의 SNS에는 댓글을 통해 내일 복도에서 보자는 협박성 멘트가 달렸다. 다음날 그 언니와 친구들이 실제로 반에 찾아와 따지며 화를 냈다. 당시 A를 도와주는 친구가 없어 그대로 당할 수밖에 없었고, 이후 A는 학교에서 언니들과 마주치면 또 괴롭힘을 당할까봐 무서웠고 계속 주변을 살펴보는 습관이 생겼다.

사이버 폭력을 경험한 친구를 대상으로 인터뷰를 실시한 결과, 사이버 폭력이 실제 학교 폭력으로 이어지고 있었으며, 이로 인해 SNS 사용과 학교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초등학교 고학년 6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사이버 폭력을 당한다면 선생님에게 알리겠느냐는 질문에 64%의 친구들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게임중독 게임은 재미있지만 중독될까 걱정

초등학교 4~6학년 57명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 41명의 학생이 매일 1시간 미만으로 게임을 한다고 응답했다. 13명은 1시간 이상 2시간 미만 게임을 하고, 3명은 2시간 이상 3시간 미만 게임을 한다고 밝혔다. 어린이들이 게임을 주로 하는 시간은 23%가 ‘학교·학원 등의 쉬는 시간’, 22%가 ‘잠들기 전(밤)’에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들이 생각하는 게임의 장점으로 70.1%가 ‘재미있다’는 점을 꼽았고, 14%가 ‘심심풀이’를 할 수 있다고 답해 주로 취미용으로 게임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단점으로는 49.1%가 ‘중독성’이 있다는 점을, 38.5%가 ‘건강에 나쁨(시력 저하 등)’을 꼽았다. 게임을 하는데 돈을 쓴 적이 있다고 대답한 친구들 11명 중 지난 6개월 동안 게임을 하는 데 사용한 돈이 2만원 이상이 된다고 말한 친구가 54.5%(6명)로 집계됐고, 9만4000원을 썼다고 응답한 친구도 있었다.

학습시간 공부 때문에 행복하지 않아요

초등학교 5·6학년 학생 11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92.7%가 사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규교육 시간(30.8시간)을 포함해 일주일 평균 42.2시간을 공부하는데 시간을 사용하고 있었다. 취침시간은 평균적으로 오전 12시 9분, 기상시간은 평균 6시 52분으로 총 수면시간은 약 7시간이었다. 공부를 하기 위해 카페인 음료를 마시거나 학원에서 하루를 보낸 경험이 있다는 응답도 많았으며, 강남 지역에 거주하는 학생은 학원 숙제를 마친 뒤 평균 새벽 2시 30분에 잠자리에 든다고 밝혔다.

나눔인식 시간이 없어서 나눔을 실천하기 어려워요

초등학교 5·6학년 4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어린이들이 나눔을 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시간이 없어서(40%)’로 나타났으며, 이어서 ‘하고 싶지 않아서(24%)’,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9%)’가 뒤를 이었다. 나눔에 대해 가르쳐 주는 정규 교과 과정이 없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나눔에 대해 생각해 본 적도 거의 없다. 하지만 사회복지재단 사랑의 열매가 2006년 서울 지역 초등학생 109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대다수(72%)는 봉사활동 경험이 있었다. 의무적으로 요구되는 봉사이력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주변환경 학교 다닐 때 안전사고 조마조마

초등학교 5·6학년 2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13명이 등하굣길 안전사고 위험이 높다고 지적했다. ▶초록 불에서도 달리는 차에 치일 뻔하거나 ▶키가 작아 자동차가 내 쪽으로 계속 후진해서 치일 뻔하고 ▶손이 닿지 않아 대중교통의 손잡이를 이용할 수 없다는 답변이 있었다. 교문 앞부터 꼬리를 문 부모님 차량과 학원용 승합차로 인한 거리 점령 문제도 있다. 또 학교 주변 횡단보도에 신호등이 없거나 인도에 펜스가 설치되지 않아 불안감을 느끼는 경우도 많았다. 학교 계단 간격이 어린이 평균 신장에 맞지 않아 위험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정리=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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