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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정화에 눈 돌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정부는 제5공화국의 가장 특징적인 국정지표인 「정의사회구현」을 위해 부정과 비리의 물리적 제거(80년), 청탁배격과 법령·제도의 정비(81년), 의식개혁운동(82년)등으로 기반을 조성했다.
금년까지 3년 동안 정부의 활기찬 노력으로 많은 부문에 걸쳐 정화가 자리를 잡았고『지난날에 비해 많이 달라졌다는 평가도 설득력을 지니게 됐다.
그러나 올들어 잇달아 일어난 몇 가지 사회적·경제적 사건으로 사회일각에 불신풍조가 되살아나고 무관심과 방관적 자세가 남아있을 뿐만 아니라 사정성과를 국민들이 피부로 실감치 못한 면이 없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정치적으로는 권력형 부정·부패는 거의 근절상태이고 유권자의 의식수준도 크게 향상됐으나 지역구에 따라 아직 이권개입·청탁풍조 등의 재발우려가 남아있고 특히 일부 겸직 의원의 자기기업 비호사례가 경고되고있다.
공직사회의 경우 고위직의 부정·비리는 거의 없어졌으며 급행료가 없어지는 등 일선민원창구의 부조리도 많이 개선됐으나 중간관리 층의 동창·친척관계 등을 이용한 부조리와 하위직의 일부 생계형 부조리는 그대로 남아있다. 또 정화의 추진으로 무사안일·책임회피 등 역부조리현상도 엿보인다.
일반사회의 경우 납품·하청과 관련해 기업간의 부정과 비리가 상존하고 있고 특히 일부 협회·조합 등이 공직사회의 오염통로로 되고 있다. 유흥·접객업소의 퇴폐행위 만연은 사회문제화 될 우려도 있다는 진단이다.
의식개혁은 역사적 당위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는 형성돼가고 있으나 특히 부유층·지도층의 호화로운 혼수·외제선호 등 일상생활 속에서 구체적인 실천노력이 미흡한 상태라는 것이 정부의 평가다.
전두환 대통령은 이러한 평가에 따라 『그 동안 사정활동의 성과와 분위기를 사회구석까지 확산시키도록 노력하라』고 지시하고 정화목표를 고위직에서 하위직으로, 공직사회에서 민간부문으로 점차 확대해 나갈 것 등 4가지 구체적인 활동지침을 7일 사정협의회에 시달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그 동안의 성과를 바탕으로 83, 84년을 사정업무의 심화·발전의 단계로 삼는 한편 특히 83년을 사정활동 성숙의 해로 삼고 내년도 중점추진과제를 결정, 이를 강력히 추진키로 했다.
『성장·발전 등 다른 국정목표를 위해 사정은 조용해주었으면』하는 일부여론에 대해 사정당국자는 『건전한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는 강력한 사정활동이 필요하다』면서 『강력한 의지의 지속만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한다』고 강력한 사정의지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정부의 이같은 강력한 사정의지는 첫째, 지난 한햇동안의 잇단 사고·사건으로 인한 일부 국민의 불신풍조를 하루빨리 회복하고 둘째, 새해 초의 각 당 전당대회를 계기로 있을지 모를 정치과열과 임기후반에 들어선 국회의원들의 지역구 관리 등을 위한 이권개입·청탁 등 정치폐습의 재발우려에 대한 배려로도 보인다.
과거 2, 3년 동안 주로 공직사회, 그것도 고위직에 중점이 두어졌던 사정활동이 새해부터 고위직에서 하위직으로, 공직자에서 국영기업체·정부대행기관·각종협회 및 조합, 그리고 민간기업으로 확산돼 간다면 국가의 사정기능도 하나의 전기를 맞게된다. 저변이 확대되면 교감의 기회가 증대되고 사정의 효과가 상승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문제된 부정·비리는 주로 공직사회의 것이 있다. 그러나 납품·하청을 둘러싼 기업간 또는 종사자간의 부정·비리도 숫적으로나 액수로 국영기업을 포함한 공직사회를 상회한다는 것이 당국자의 시각이다. 다만 청렴 의무의 차는 있을지 모르나 이로 인한 국가· 사회적 폐해는 비슷하다.
납품업자로부터 댓가를 받고 싯가보다 비싸게 재료를 사는 행위는 기업주에겐 배임일 뿐이지만 이로 인해 비싸진 제품 값은 전국민의 부담으로 강요되기 때문이다. 민간기업의 정화도 정의사회구현을 위해 건너야 할 강임엔 틀림없다.
다만 하위직의 경우는 낮은 처우와 청렴 의무와의 갭, 민간기업은 사회질서와 기업의 자유와의 마찰 같은 것이 예상된다.
미조정(Fine tuning)의 세심함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생계를 위해서라고 해서 부정이 면책될 수는 없지만 처우문제는 시정돼야 한다.
다행히 정부도 하위직의 경우 계도와 점진적인 처우개선을 병행하며, 민간기업의 경우 직장 정화위를 통해 의식개혁의 차원에서 자율적으로 부정·비리를 없애나가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위직 민간기업까지 정화가 정착되면 바로 그것이 정의사회구현이다. 그러나 그 성패는 고위직 및 공직사회의 솔선수범이 논리적 전제라 하겠다. <김옥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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