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의술의 새장을 연 「영구인공심장」이식수술-다가온 「부품장기」시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의학과 공학의 발달은 인체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돼왔던 심장을 인공기계로 대체시키는데 성공했다. 지난 2일 미국 유타대학에서 성공리에 끝난 최초의 영구 인공심장 이식수술은 그사이 각 분야에서 추진돼오던 「장기의 부품화」를 실감있는 사실로 받아들이게 하는 의 공학적인 개가였다. 요즘은 인간의 사고중심이 뇌라고 생각되지만 수십 년 전까지도 마음은 심장에 깃들어 있다고 생각돼왔다. 또 요즘은 뇌사를 사망의 기준으로 이용하는 국가도 있지만 전에는 모두 심장이 멎는 순간을 사망의 기준으로 잡을 만큼 심장은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그 때문에 다른 인체기관과는 달리 심장을 수술하는 개심술은 50년대에 와서야 본궤도에 오를 수 있었다.

<심장의 구조와 역할>
사람의 심장은 4부분으로 나뉜 하나의 자동펌프다. 우심방 한쪽에 붙어 있는 동결절이라는데서 전기적인 자극이 생기면 심장근육이 이 전기 때문에 수축되면서 펌프의 역할을 하게된다.
사람이 격심한 운동을 할때나 위기를 만났을 때도 자율신경이 동결절의 전기자극을 더욱 빠르게 해 심장을 빨리 뛰게하고 결과적으로 혈액 순환량을 늘린다.
심장은 전신을 돌아온 정맥피가 모이는 우심방이 있고, 우심방의 피는 수축되면서 삼첨판 이라는 역류방지 밸브를 밀고 내려가 우심실로 간다. 우심실이 수축되면 위쪽의 삼첨판이 닫히고 혈류가 폐로 가서 탄산가스와 산소를 교환한다.
깨끗해진 피는 다시 좌심방으로 돌아와 수축에 의해 승모판을 지나 좌심실에 이른다. 좌심실은 가장 강력한 펌프로 이곳이 수축되어 전신 구석구석까지 피를 보내는 역할을 맡고있다.

<심장의 병>
하루 약10만번의 박동을 계속해야 되는 심장의 병으로 가장 흔한 것은 관상동맥경화다. 대동맥에서 나온 혈관은 갈려져 심장자신에 영양과 산소를 공급하게 된다. 이 혈관이 관상동맥으로 혈관 속에 기름기가 끼게되면 혈류량이 적어져 심장근육이 영양과 산소의 부족으로 마비상태를 일으키게 된다.
혈류가 약간 적을 때는 협심증이라고 해서 가슴가운데가 아프고 숨이 답답해지는 증상이 나타나지만 막힌 것이 심할 때는 심장근육이 죽는 심근경색이 일어난다. 심근경색은 관상동맥이 시작되는 위쪽의 심방보다 심방을 거쳐 혈액을 공급받는 심실쪽이 심한 것이 보통이다. 이번에 인공심장을 수술 받은 「바니·클라크」씨도 심실의 심근경색증으로 목숨을 잃을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서 인공심실대체수술을 받았다.
그밖에 심방과 심실을 가르는 삼첨판·승모판 등의 이상으로 생기는 혈액의 역류 등은 인공판막대치수술이 보편화되어 있는 상태고, 동결절의 전기자극이 생기지 않는 환자에서 페이스메이커라는 외부전기 자극기를 연결하는 수술은 20여년전부터 실시되어 현재는 몸 안에 넣어줄 정도가 되었다.
심장자체를 못쓰게 된 사람에서는 다른 사람의 심장을 이식해주는 수술이 있으나 심장이식은 받을 사람과 줄 사람이 시간상 한 병원에서 동시에 수술, 옮겨야 되는 관계로 실시가 어렵다. 미국에서만 1년에 1만5천명 정도가 심장이식수술을 받지 못해 목숨을 잃고있다.

<인공심장>
이번 수술에 사용된 인공심장은 유타대 심장연구소 부소장 「로버트·재비크」(36) 박사가 설계·제작한 「재비크-7」형으로 내부는 폴리우레탄, 외부는 폴리카보네이트로 만들어졌다.
인공심장이라지만 엄격히 말한다면 우심실·좌심실 등 2개의 심실만이 있는 것으로 「클라크」씨의 2개의 심방은 정상적이어서 그대로 둔 채 심실만이 대체됐다.
무게 3백g으로 성인의 심장 2백80g과 비슷한 인공심장은 2개의 심실에 2개의 막을 갖고 있다. 외부의 기계에서 압축공기를 만들어 호스로 보내면 1분에 1백12회의 속도로 양쪽 막이 피스톤작용을 해 피를 폐로 보내고 또 전신으로 보낸다.
재비크-7형 인공심장은 그사이 송아지에 실험되어 2백68일간 생명을 유지시킨 실적을 갖고 있다. 그 때문에 미국식품의약국(FDA)에서 인공심장수술을 인가한 것이며 집도의 「월리엄·데브리즈」박사(유타대 의료센터 외과주임)도 결과를 낙관하고 있다.
그러나 인공심장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 인공심장이 혈전(피가 엉기는 것)을 방지하도록 고안되었고, 또 수술을 전후해 신체의 거부반응을 약화시키는 주사를 맞았다해도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나 「클라크」씨의 심장이 멈출지 모른다.
69년이래 심장수술을 앞두고 일시적으로 인공심장이 사용된 적은 있으나 영구인공심장을 이식 받은 것은 「클라크」씨가 처음이므로 「클라크」씨는 어떤 의미에서 실험대상이 되고 있는 셈이다. 의료계에서는 인공심장의 이식이 시기상조라는 주장도 있고, FDA에서도 인공심장이 없으면 생명이 연장될 수 없는 위급한 환자였기 때문에 허가한 것이지 일반적인 심장병환자에 사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또 l·8m짜리 2개의 호스가 이동이 가능한 14㎏짜리 배터리·전동장치·콤프레서와 연결돼 있어 「클라크」씨가 움직일 때마다 이 장치를 밀고 다녀야 되는 불편도 따른다. 그밖에 체내에서 2개의 호스가 체외로 나와있어 접합부분을 통한 감염도 주의해야 할 문제로 남아있다.
앞으로 수십년간 배터리의 교환 없이 사용이 가능한 원자전지가 개발되어야만 모든 기계를 가슴에 삽입할 수 있어 위험을 줄여주고 행동에 불편을 덜 수 있다.
아무튼 「클라크」씨를 통해 인공심장의 개선되어야할 점이 밝혀질 것이며 우수한 기능을 갖는 심장이 개발되면 미국에서 만도 매년 심장이식을 받지 못해 목숨을 잃는 1만5천명이 새로운 삶을 얻을 수 있게된다.

<한국도 실용화 앞당겨야 국내전문가 의견>
▲이녕균 박사(서울대병원장·심장외과)=아직 실험단계라고는 하나 요즘 심장병환자가 계속 늘어나는 추세이므로 큰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페이스메이커(박동기)가 처음은 대형 체외장치로 시작, 지금은 가슴에 넣을 수 있게 되었듯이 인공심장도 빠른 속도로 발전, 체내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그래야만 진정한 의미에서 새로운 삶을 누릴 수 있다.
우리나라는 판막대체수술 등 일부 심장수술에서는 선진국 수준에 있으나 인공심장은 손도 못 대고 있는 형편이다. 인공기관은 많은 돈과 팀웍이 요구되는 작업이므로 심장병원이나 심장센터가 설립되어 본격적인 연구와 임상을 거쳐야만 실용화될 수 있을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