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특급' 허리케인에 미국 남부 '공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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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속 78m 규모의 허리케인에 미국 남부가 공포에 떨고있다.

허리케인 카트리나 위력 4등급으로 낮아져

미국 루이지애나 해안으로 접근하고 있는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위력을 29일 5등급에서 4등급으로 낮췄다고 미국 국립 허리케인센터(NHC)가 발표했다.

NHC는 카트리나의 풍속이 이날 새벽 시속 155마일로 다소 낮아졌으나 육지에 상륙, 도시들을 강타하기 전에 위력이 다시 세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NHC는 시속 160마일로 접근 중인 카트리나에 대해 최고등급인 5등급으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미국에서 허리케인 관측 이래 5등급은 그동안 3번에 불과했으며, 마지막은 지난 1992년 앤드루다.

'초특급' 허리케인에 미국 남부 '공포'

멕시코만 난류에서 힘을 얻은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29일 일출쯤(현지시간) 시속 282km(초속 78m)의 강풍에 8.4m 높이의 파도를 몰아치며 뉴올리언스를 강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레이 나긴 뉴올리언스 시장은 "오랫동안 우려해 오던 태풍이 접근하고 있다"며 주민 대피령을 발동하고, 시를 둘러싸고 있는 둑이 무너져 시 전역이 물바다가 될 수도 있는 최악의 상황을 우려했다.

나긴 시장은 "시의 70%가 해수면 이하에 있으며 태풍이 몰아치면 전기와 수도가 끊길 것"이라며 "이번 사태는 평생에 한 번 밖에 없는 경우"라며 사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이에 앞서 28일 루이지애나주와 미시시피주를 재난지역으로선포하고 태풍권 지역 주민들은 태풍의 경로에서 벗어나 안전한 지대로 대피할 것을 권유했다.

뉴올리언스시 경찰과 소방당국은 사이렌과 확성기로 주민들에게 신속히 대피할 것을 종용하고 있으며 시장의 명령에 따라 사용 가능한 차량을 징집해 주민대피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시내에는 피난 수단이 없는 사람이 10만명에 이르는 데다 공항 폐쇄로 규모가 확인되지 않은 관광객이 발이 묶여있다. 당국은 버스를 동원해 이들을 슈퍼볼 경기로 유명한 슈퍼돔 등 10개 대피시설에 수용하고 있다.

미시시피강과 폰차트레인 호수로 둘러싸인 루이지애나시는 곳곳이 해발 - 3m에 이르는 등 시 대부분 지역이 해면 이하에 위치해 있으며 둑과 운하가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어 둑과 운하가 붕괴되면 대규모 참사가 우려된다. 시 주민은 48만5천여명이며 인근 지역 주민은 100만명에 이른다.

한 연구조사는 파고가 둑을 넘어 시내로 들어오면 뉴올리언스시가 수심 9m의 유해화학물질이 가득찬 호수로 변하면서 수십만명이 사망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허리케인 카트리나는 세력범위가 100마일에 이르러 뉴올리언스뿐 인근의 지역은 물론 동쪽으로 알라바마주 모빌시에 까지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미국 국립허리케인센터(NHC)는 28일 카트리나를 허리케인 최고등급인 5등급으로 상향조정했는데 이는 미국에서 허리케인을 관측한 이래 4번째이다.

[관련화보]美 최고등급 허리케인 상륙 비상

<카트리나에 유가 비상>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28일 오후(현지시간) 초대형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피해 예상지역인 미국 루이지애나와 미시시피주에 비상사태를 선포한 가운데, 기록상 최대급인 카트리나로 인한 인적.물적 피해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특히 29일 오전 카트리나가 상륙할 경우 최대 피해 지역으로 예상되는 뉴올리언스는 해수면보다 3m나 아래 있는 저지대인데다가 일부 정유시설은 해수면하 9m에 위치하고 있어 이 지역 일대가 유해 화학물질로 오염된 호수로 변할 수도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뉴올리언스 시 당국은 이날 주민 50여만명에 대해 전원 대피령을 내렸으나, 차량행렬로 길이 막혀 대피 속도가 더디며, 자동차가 없는 일부 저소득층과 도심 주민, 공항 폐쇄로 발이 묶인 관광객 등은 재해대책요원들의 도움을 받아 미식축구 경기장이나 고층 호텔로 대피하고 있다.

이와 함께 카트리나가 현 예상로로 상륙할 경우 멕시코만 일대에 밀집한 미국의 주요 정유.가스시설을 직격함으로써, 이미 사상 최고 수준인 세계 석유시장의 유가에 큰 충격파를 미칠 것이라고 에너지 전문가들은 우려했다.

미국의 원유 저장량은 풍부하지만, 정유시설이 그동안 한계선에서 가동해왔기 때문에 카트리나로 정유시설이 피해를 입을 경우 선물가가 배럴당 70달러를 웃도는 등 올해 내내 석유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됐다.

◇ 유가 비상 =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멕시코 만은 미국 석유 생산의 30%, 천연가스의 24%를 점하고 있다.

현재 최대 풍속 시속 284km를 넘고 토네이도와 호우를 동반한 허리케인중 최고등급인 5등급의 카트리나가 예상대로 이곳을 직접 강타, 침수나 단전, 선적.저장.정유 시설의 폐쇄.손상을 일으킬 경우 현 미국의 정유 능력을 감안하면 "주유소에서 한컵만 흘려도 배럴 당 1달러가 오를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에너지 머천트의 위기관리 담당 부사장인 에드 실리어러는 우려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이미 미 최대 정유회사인 커노코필립스가 매일 하루 24만7천배럴의 원유를 정제하는 뉴올리언스 정유시설의 가동을 중단하고 직원들을 소개하는 등 멕시코만 연안 정유사들의 직원 소개와 가동 중단 조치로 하루 100만 배럴 이상 감산되고 있다.

국제 석유시장은 지난 26일까지만 해도 카트리나의 북상 소식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았으나 27일 카트리나의 세력이 급팽창하고 진로를 서쪽으로 바꿔 연안 정유시설 지역으로 향하자 상황이 급변했다.

◇ 대피 = 부시 대통령은 카트리나의 위험성과 멕시코만 연안 지역에 대한 막심한 피해 가능성을 지적하며 루이지애나와 미시시피주 일원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연방정부의 최대 지원을 다짐했다.

해수면 아래 저지대인 뉴올리언스 시 당국은 전 주민에 대한 소개령을 내렸으나, CNN 등 미 TV방송사들은 뉴올리언스 현지에서 "마지막 피난처"인 미식축구장 슈퍼돔에 피난처를 찾아 몰려든 인파를 비치면서 "오갈 데 없고, 대피 차량이 없는" 주민들의 걱정스러운 표정을 보여줬다.

레이 나긴 시장은 "우리 시 하천 제방이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일생에 한번 있을 일이다"며 주민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우고 대부분의 주민도 대피에 나섰으나, 도심 저소득층 주민 일부는 "갈 데도 없다"며 7만명 수용 규모의 슈퍼돔으로 밀려들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최대 3m나 해수면보다 낮아 제방과 운하, 배수펌프에 의존하고 있는 뉴올리언스는 1965년 3등급 허리케인 베스티에도 도시 일부가 깊이 2m의 물에 잠긴 일이 있기 때문에 이번 카트리나의 피해가 막심할 것이라고 미 언론은 우려했다.

뉴올리언스 시 당국은 침수시 호텔 위층으로 대피할 수 있는 호텔 투숙 관광객과 지역주민들에 대해선 소개령을 내리지 않았다.

미네소타주 출신 관광객인 브라이언 스티븐은 "호텔에 갇히느냐 아니면 길위에서 갇히느냐, 2개의 불운중 최선의 것을 택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디지털뉴스센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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