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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비리 30명 구속… 검찰, 20개월간 단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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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제자에게 줄 돈을 착복하고, 1억원에 교수로 채용하고, 500만~2000만원에 석.박사 학위를 주고…'. 28일 대검 중수부가 발표한 대학비리의 한 모습이다. 검찰은 지난해 1월부터 이달까지 일선 지검별로 대학비리를 단속해 모두 87명을 적발해 30명을 구속기소하고, 57명을 불구속 또는 약식 기소했다.

◆ 제자의 인건비 횡령=서울대 공대에서는 보조연구원인 대학원생의 인건비 1억1600만원을 횡령하고 허위 세금계산서 등을 이용하는 방법으로 연구비 15억여원을 편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강원도립대 교수들은 실제 연구 용역에 참여하지 않은 연구원의 인건비를 청구하거나 대학원생 인건비를 줄이는 방법으로 2억1060만원을 빼돌렸다. 교수들이 제자인 대학원생을 치부 용도로 이용했다는 뜻이다.

◆ '교수 장사'=이번 단속에선 총학장.이사장이 4명, 교수가 59명이나 적발됐다. 경북 경산시에 있는 아시아대학의 경우 박모(48) 총장 등 2명은 2002년 6월부터 2003년 12월까지 교수 지원자 42명에게서 "교수로 채용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모두 39억8000만원을 받았다.

돈을 준 지원자들 모두가 교수로 채용됐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한 다른 이들은 들러리로 전락한 셈이다. 결국 교수가 되려면 1억원은 내야 한다는 소문이 사실로 밝혀진 것이다.

홍모(67) 동해대 총장은 1995년 3월~2000년 3월 장학금 등을 지출한 것처럼 회계를 조작해 319억원을 횡령했다. 전모(86) 김포대 이사장은 급여 지출 서류를 조작해 5억9000만원을 빼돌렸다.

◆ '학위 장사'=원광대 한의대 교수들은 석.박사 과정의 대학원생 26명에게서 각각 500만~2000만원을 받는 등 모두 3억6700만원을 받고 학위를 줬다. 검찰 관계자는 "석.박사 학위 남발을 막기 위해 학과별 정원을 별도로 정하고, 교수 1인당 줄 수 있는 박사학위 숫자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사립대 비리 심각=적발된 사람들 가운데 국.공립대 관계자는 26명인 반면 사립대 관계자는 61명이나 됐다. 사립대가 국.공립대의 2.3배 수준이다. 또 적발된 전체 87명 가운데 구속자가 30명(34%)이나 돼 대학비리의 죄질이 좋지 않다는 점을 보여줬다. 대학 난립이 대학비리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교육부는 96년 일정한 요건만 갖추면 대학을 설립할 수 있는 '준칙주의'를 도입했다. 이로 인해 지난 10년간 대학이 76개나 늘어났다. 검찰 관계자는 "사학재단이 대학 운영을 통해 영리를 꾀하려는 태도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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