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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결정에도 ABC가 있다는 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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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의외로 창업을 하면서 물건이나 서비스 가격을 정하는 데 무신경한 경우가 많다. 경쟁 업체의 가격을 보고 대충 정하거나 일단 가격을 높게 매겨보고 매출을 봐가며 다시 조정하려는 경우도 있다. 상품을 만드는 데 들어간 원가에 적정한 마진과 운영비 등을 붙여 가격을 결정하는 경우도 흔하다.

그러나 한국소자본창업컨설팅협회 최재희 회장은 "가격 책정은 창업에서 화룡점정과 같이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한다. 소비자 수용 가격을 파악한 뒤 이를 기준으로 판매가를 정하고 거기에 맞춰 원가를 조정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창업 컨설턴트들은 말한다. 여기에 상권,입지조건,주요고객 등을 철저하게 분석하면 더 좋다.

스파게티 전문 프랜차이즈 '파스타리오'는 10~20대 여성층을 타깃 고객으로 잡고 메뉴를 3000~6000원대로 정했다. 기존 스파게티 전문점보다 30% 정도 싼 편이다. 분식점이나 패스트푸드의 객단가에 맞춘 것이다. 가격을 낮춘 만큼 원가절감을 열심히 했다. 반조리 상태로 만든 식재료를 공급해 조리사를 따로 쓰지 않도록 했다. 20~30평 소형 매장 위주로 운영하므로 임대료 부담도 적게 했다. 원가나 재료비가 올라가 부담이 커지면 대개 가격을 올린다. 그러면 소비자가 줄어드는 건 시간문제다. 또 비싸진 만큼 소비자 기대치도 높아진다. 예컨대 음식점의 경우 양이 많아지든가 맛이 좋아지기를 기대한다. 그러므로 값을 올리면 브랜드,메뉴,양,서비스 등이 더 나아져야 한다.

경쟁자를 무너뜨리기 위해 가격을 확 낮추는 '가격파괴'도 최근엔 흔해졌다. 상지대 관광학부 이준혁 교수는 "가격파괴 전략은 신중하게 구사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적정 수준의 수요가 보장된다면 가급적 공생의 길을 찾는 것이 현명하다는 얘기다. 또 품질이 뒷받침되지 않는 저가상품은 결국 소비를 줄인다. 싼 맛에 일시적으로 많이 팔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격 대비 만족도가 떨어지면 결국 손님 발걸음이 뚝 끊기는 것이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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