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조 안에서 아기를 낳는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영 왕실의사도 배워>
약간의 이상만 보여도 제왕절개나 무통분만을 하려는 현대에 임산부들에게 출산의 오르가슴을 맛보게 하는 자연분만을 권하고 있는 프랑스의 산부인과 의사가 있어 화제.
파리에서 남서쪽으로 82km 떨어진 자그마한 마을 피티비에의 공립병원 산부인과의사 「미셸·오댕」씨가 바로 화제의 의사다.
수중분만으로 알려져 있는 이 분만법을「출산 오르가슴」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이 방법으로 자녀를 낳은 대부분의 산모가 입을 모아 출산 순간의 환희를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자연 분만법은 현대 의학의 분만시설을 거의 무시한다.
『말하자면 모체를 컨트롤하지 않고 태어나는 아기에게 최적의 환경을 주는 것입니다. 분만실의 여러 가지 기구 부딪치는 소리, 눈부신 조명, 지나친 의사의 개입 등 합리성을 추구하는 모든 현대적인 방법을 한 가지도 택하지 않고 있는 것이 바로 이 분만법의 특징이지요』
의사 「오댕」씨의 이야기.
자연분만으로 출산한 여성들의 감상문 가운데 『물에서부터의 멋진 출산과 생명』이란 제목의 글을 보면-.
-신생아는 주위에 무감각한 일종의 양서동물과 같지는 않다. 어느 특정한 영역에서는 놀랄 정도로 세련된 지각을 지니고 있는 생물이다.…의료와는 거리가 먼 일종의 야만적인 방법의 출산은 생각지도 않은 결과를 가져다준다. 의료의 힘으로 아기를 출산할 때는 아기를 환자 취급하게 되나 자연분만은 어머니 자신이 아기의 건강관리를 하게 되는 것이다.
의사 「오댕」씨의 이 자연 분만법은 임산부들에게 더욱 인기를 얻고 있어 이제 프랑스 전역에서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피티비에 공립병원의 자연분만법은 진통이 시작되고 자궁구가 열리기 시작하면 먼저 임산부를 준비된 수조에 넣는다.
빛이 차단된 어두컴컴한 방안의 수조 안 물의 온도는 섭씨 36.5도.
수조 안에서 임산부는 자기가 편한 자세로 출산을 기다린다. 어떤 임산부는 천장을 향해 똑바로 눕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움츠린 채 엎드려 있기도 한다. 물 안에서는 그만큼 진통도 적어지고 출산도 원활하게 된다.
진통이 시작될 때부터 대부분의 남편도 함께 곁에서 출산을 도와주게 된다. 임산부가 수조 안에 있을 때도 곁에서 지켜보며 고통을 덜게 도와준다.
출산은 「야성의 방」이라 불리는 곳에서 하게 된다. 바닥에 흰 시트를 깔고 임산부는 두 다리를 넓게 벌린 채 엉거주춤한 자세로 서고 그 뒤에서 의사가 이를 버티어 준다.
출산의 자세도 여러 형태지만 많은 임산부가 이 자세를 택한다. 바로 이 같은 자세가 진통을 억제해주고 출산의 순간에 환희를 맛보게 해 준다는 것이다.
이 출산법은 영국의 「다이애너」 황태자비 담당 산부인과 의사도 몰래 배워갔으며 지금 세계 곳곳에서 자연분만법을 연수하러 오는 사람으로 피티비에 공립병원은 붐비고 있다.
의사 「오댕」씨는 『자연분만은 바로 태어날 아기를 위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그의 출산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