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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적자 탈출 '대산 유화단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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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충남 서산시 대산읍에 자리잡은 대산석유화학공업단지. 오랜 유화경기의 불황으로 찌들었던 이 단지에 활기가 돌고 있다.

이 단지의 터줏대감인 현대석유화학.삼성종합화학.현대오일뱅크 등 3사의 공장과 연결된 전용 부두는 제품 출하로 부산하고, 공장 안에는 생산설비를 정비하는 직원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삼성종합화학은 가스에 불을 붙여 설비 내 찌꺼기를 태우는 작업을 한창 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높은 굴뚝에 벌건 불기둥이 솟구쳐 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현대석유화학 공장 안에는 공정을 개선하기 위해 파이프를 새로 까는 모습이 보였다.

이처럼 단지에 활기가 도는 것은 최근 유화경기가 회복되면서 3사 모두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흑자를 낸데다 대규모 외자유치와 공장 매각 등의 방식으로 경영의 새 판을 짜고 있기 때문이다.

이달 말께 현대석유화학의 주인은 LG화학-호남석유화학 컨소시엄으로 바뀌고, 삼성종합화학은 8억달러 규모의 외자 유치를 눈 앞에 두고 있다.

단지의 크기는 3백여만평. 중국 석유화학 시장을 겨냥해 우리나라 처음으로 석유화학 일관생산체제인 콤비나트 형태로 건설됐다. 여기에서는 나프타를 분해한 후 플라스틱이나 합성섬유 원료 등을 만들고 있다.

현대석유화학.삼성종합화학.현대오일뱅크 등 3사가 1990년을 전후해 잇따라 공장을 가동해 지금은 울산.여천과 함께 국내 3대 석유화학단지가 됐다.

그러나 생산라인을 가동할 무렵부터 시작된 석유화학 경기의 장기불황에 외환위기까지 겹쳐 이들 3사는 단지 입주 10년 동안 막대한 적자에 시달렸다.

DJ정권 초기에는 빅딜 대상에 오르는 등 한 때 대표적인 부실업체들로 꼽히기도 했다. 경영이 어려워 열병합발전소와 수처리장치 등 환경설비까지 외국업체에 매각할 정도였다.

◇현대 손 떠나는 현대석유화학=현대석유화학 대산공장의 본부 건물에는 LG-호남 컨소시엄의 모니터링팀이 경영권 인수작업을 하고 있었다. 생산량이나 시설 등과 관련된 서류를 챙기거나 일부 직원은 현장을 돌기도 했다.

강헌식 공장장은 "회사 주인이 바뀌지만 공장책임자로서 새 경영진이 들어올 때까지 공장관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한달 새 두 차례 이 공장을 찾아온 LG화학 성재갑 회장 등 새 주인이 될 회사의 경영진에게 공장을 넘기는 작업을 하고 있다.

본부 건물 5층에는 2001년에 작고한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집무실이 지금도 남아 있다. 그러나 지금은 사용하는 사람이 없이 굳게 잠겨 있었다.

현대석유화학은 2000년 10월 폴리염화비닐(PVC)공장을 LG화학에 팔아 이미 한지붕 두가족 생활을 하고 있다.

◇재도약 꿈꾸는 삼성종합화학=삼성종합화학 공장 안에는 '서바이벌1000'이라는 포스터가 곳곳에 붙어있다. 2004년까지 1천일 동안 흑자구조를 만들자며 임직원들을 독려하는 포스터다. 삼성종합화학은 2001년 2천억원에 가까운 적자를 냈었다.

삼성종합화학은 서바이벌1000 운동을 시작한 이후 같은 종류의 제품이라도 원가를 덜 들이며 값을 더 받기 위해 공정을 개선했고, 심지어 석유화학 생산공장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산업용 연료로 만들어 팔기도 했다.

이 공장의 생산부장은 생산량을 늘리는 것보다 수익성이 높은 제품을 얼마나 많이 만드느냐에 따라 평가를 받는다. 손석원 공장장은 "생산라인에 손을 안 댄 곳이 없을 정도"라며 "기술을 지원하던 일본 석유화학업체들이 지금은 우리 공장을 벤치마킹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종합화학에 투자하는 프랑스 아토피나의 경영진은 지난 달 공장을 방문해 "생산성이나 공장 운전능력이 아토피나 보다 낫다"고 평가했다.

삼성종합화학은 아토피나와 50대 50의 합작 법인을 설립해 비어있는 40만평의 부지에 새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내실 다지는 현대오일뱅크=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생산량을 줄였다. 마진이 적은 수출물량을 대폭 줄이고 내수시장에 치중하기 위해서다.

또 최근 1년 새 영업직 직원의 절반 가량을 내보내고 주유소를 소사장 체제로 전환하는 등 구조조정을 했다. 이 덕에 지난해 5백억원 규모의 순이익을 냈다.

김정석 생산본부장은 "경영에 여력이 생긴만큼 올해부터 생산라인을 정비하는 등 신규 투자를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산= 고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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