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새 수법의 간첩침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12일 국가안전기획부가 발표한 「일본거점 우회 간첩사건」은 북괴가 적화통일의 망집 아직껏 버리지 않고 있을 뿐더러 이 목적을 이룩하려는 수법이 갈수록 교활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안기부에 따르면 이번 검거된 간첩들은 남녀혼성으로 연령은 60대에서 20대에 걸쳐있었으며, 직업도 갖가지로 학원수강생, 서적외판원, 해외건설회사의 사우디아라비아 현장주재과장, 교회집사 등이 포함되어 있다.
제일동포로서 35년만에 모국방문을 위장해서 침투해온 「검열간첩」 양모가 이번 적발된 간첩사건의 주범 격이지만, 안기부는 그 동안 조국과 단절된 조총련사회의 목수환경 속에서 저지른 자신의 과오를 깊이 뉘우치고 전향을 했기 때문에 양에게 관용을 베풀었으며, 나머지 8명도 개전의 정을 참작, 훈계방면 했다.
이번 사건에서 각별히 눈에 띄는 것은 북괴가 조총련계 이산가족을 이용, 국내연고가족을 일본으로 유인한 뒤 입북시켜 간첩교육을 한 뒤 국내고정간첩으로 재 침투시키는 「3각 연결 침투공작」을 편 점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어린 여간첩에게까지 기관단총 몇 야간산악훈련 등 폭력전술교육을 시켰는가하면 당국의 눈을 피하기 위해 소위 「두뇌난수」란 통신방법을 쓴 것을 보면 저들의 악랄한 수법에 새삼 전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가장 큰 성과라면 북괴노동당 통일선전부소속으로 일본에 상추하며 조총련을 주무르는 김관섭이란 자의 정체를 밝혀냈다는 점일 것 같다.
김정일의 직계를 자처하는 김은 북송 연고교포들을 상대로 25억 엔을 뜯어냈는가 하면 만경봉호, 삼지연호 등에 이동 승선하여 조총련조직 및 공작을 순회지도 해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옥의 사자」란 악명까지 얻은 그가 그 동안 김상일이란 가명을 쓰면서 「북한적십자대표」 「대외무역회사고문」으로 맹세해 왔다니 새삼 등골이 오싹해진다.
북괴의 대남침투 수법이 갈수록 간교해지고 있음은 다 아는 일이거니와 김정일이 정작 김일성의 후계자가 되더라도 종래의 적화통일노선에는 아무런 변동이 없다는 사실을 직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시간이 가면 사람도 바뀌고 따라서 정책도 변화하는 것이 역사의 흐름이다. 가령 소련의 경우 「브레즈네프」 사후 대외정책에는 큰 변동이 없다는 것이 크렘린의 주장이고 전문가들의 전망이기도 하지만, 「안드로포프」가 「브레즈네프」의 정책을 그대로 답습한다고 볼 사람은 아무도 없다. 모택동 사망 후의 중공의 정책이 실용주의 노선으로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한 것도 그런 시각에서 볼 수 있다.
소련 및 중공지도자의 교체 등 주변정세 및 여건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북괴의 대남정책만은 아무런 변동의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음은 통탄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오늘날 북괴는 전 세계를 상대로 「평화」를 떠벌리고 있으며, 이러한 위장평화공세를 위해 막대한 돈을 쓰고있다.
북한주민의 고혈을 짜낸 돈으로 위장평화의 유치한 행각을 벌이면서 정작 한반도에서는 긴장을 고조시키기 위해 간첩남파 등 책동을 벌이고있는 것이 바로 북괴의 정체며 본질인 것이다.
국민들은 이 같은 저들의 정체를 직시, 잠시라도 경각심을 늦춰서는 안 된다.
우리가 그들의 실태와 의도를 정확히 알고 경계를 늦추지 않는 한 저들은 섣부른 불장난을 저지르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