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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TV 수출 '숨은' 강자들 "이젠 내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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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수출에 주력하던 중소 디지털 TV 제조업체들이 내수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올해 들면서 PDP와 LCD의 패널 가격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는데다 디지털 방송이 본격화하면서 디지털TV 내수 시장이 급격히 커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생산량의 대부분을 수출해온 이들 업체는 올 들어서 국내 유통망을 확보하고 생산 설비를 늘리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PDP TV와 LCD TV를 생산.수출하는 우성넥스티어는 다음달부터 국내에 자사 제품을 '넥스티어'라는 브랜드로 출시할 것이라고 25일 밝혔다. 우성넥스티어는 지난해 555억원의 매출 중 98%를 유럽 등 해외에 수출해서 올렸다. 이 회사 제품은 지난 1월 노르웨이의 한 가전잡지(lyd & bilde)가 선정한 최우수 TV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회사는 지난달부터는 생산 공장을 인천에서 강원도 원주로 옮기고 생산 설비도 세 배 가량으로 늘리면서 내수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강종원 상무는 "PDP TV는 42.50인치, LCD TV는 32.37인치를 내놓을 계획"이라며 "삼성전자 등 대기업 제품보다 상당히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레전자는 지난 2월부터 내수시장에 뛰어들었다. 하이마트와 전자랜드 등 전자제품 전문점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최근에는 대리점과 총판조직을 확장하고 있다. 판매망을 넓혀 내수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때문에 이 회사는 최근 회사 알리기에 부쩍 열을 올리고 있다. 27일에는 50인치 PDP TV 출시를 앞두고 용산역 옆 전자전문 상가 '스페이스9'에서 여성 4인조 그룹 '쥬얼리'의 팬 사인회를 열 계획이다.

디보스는 LCD TV의 96%를 스위스 등 외국에 수출하는 회사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말부터 국내 시장을 본격적으로 두드렸다. 처음에는 저가 제품으로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지난 4월부터는 전략을 프리미엄급으로 바꿨다. 저가 LCD제품은 시장에서 모두 철수시키고 '비체'라는 브랜드의 인터넷 겸용 LCD TV를 롯데백화점 망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40인치 가격이 499만원으로 대기업 제품과 차이가 없다.

심봉천 사장은 "싸다는 것만으로 대기업과 승부를 겨루기란 쉽지 않다"며 "가격보다는 제품 차별화로 틈새시장을 노리는 것이 우리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중소업체들은 디지털TV의 주요 부품인 PDP와 LCD패널은 삼성전자.LG전자의 제품과 동일하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패널이 같기 때문에 품질에 큰 차이가 없다는 주장이다. LCD는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에서, PDP는 삼성SDI와 LG전자에서 각각 생산.공급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디지털TV 내수 시장은 PDP와 LCD가 각각 15만대 정도로 전망된다. 이는 2년전과 비교, 각각 300%, 500% 이상 늘어난 수치다. 주요 이유는 부품 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디지털TV의 화면을 구성하는 LCD와 PDP 패널의 이달 초 가격은 1월 초와 비교해 35~40% 가량 떨어졌다.

강종원 우성넥스티어 상무는 "해외에서는 이미 기술력으로 인정받고 있다"며 "중소업체들이 올해 디지털 TV 내수 시장의 30%를 점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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