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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고유직종에 남성진출 활기|미용사는 남자가 더 인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여성 전유의 직종, 고유의 성역으로 분류되던 아성(아성)이 최근 두드러진 남성진출로 침공당하고 있다.
헤어디자이너·의상디자이너·무용수·간호원·교환수·자수가·꽃꽂이 연구가 등-.
여성직종에의 남성진출은 20∼30대 초반의 젊은 층으로 최근 몇 년 사이에 이루어진 일.
여성들은 이같은 현상을「남성러시」로 규정, 신경을 곤두세우지만 남성 진출자들은 「개방사회에서의 남성해방」이라고 강변한다.
이들 남성들의 말을 빌면 여성들이 앞치마를 벗어 던지고 사회활동에 뛰어들 듯 남성들도 꼬박꼬박 월급이나 벌어와 가족을 부양하는 전형적이고 제한된(?) 남성직종의 물개성 시대는 지나갔다는 논리다.
아직은 소수에 지나지 않은 이들 남성개척자들의 현상을 살펴본다.

<남자무용수>
국립극장소속 국립발레단 (단장 임성남·53)에 16명, 국립무용단에 12명이 활약하고있는 남자무용수는 현재 현대무용과 고전무용을 통틀어 전국에 1백여 명을 헤아린다.
남자무용수의 등장은 「수요가 공급을 창출하는 경제이론」에 의한 것이라는 무용연출가들의 설명. 예전까지 남성역을 여자대역으로 대체했지만 근육의 율동을 필요로 하는 현실감과 예술성은 남자무용수를 필요로 하게 했다는 것.
현재 활약하는 무용수는 우연한 기회에 인연을 맺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립발레단 심재빈군(23)은 79년 부산동아대 1년을 중퇴, 연극수업 중 발레조역으로 스카우트됐다.
그러나 7년전부터는 본격적으로 전문무용수를 양성, 현재 경희대·중앙대·한양대·세종대 등의 무용과에 10여명의 남학생이 여학생들 틈에서 전문수업을 받고있다.
남자무용수는 섬세한 동작과 힘찬 율동, 도약력을 필요로 하기때문에 1백75cm이상의 키에 미남이어야 한다는 신체적 제한과 체력유지를 위해 금연·금주의 엄격한 금욕생활을 해야한다. 국립발레단원의 경우 초봉15만원선.

<남자교환수>
국제전신전화국 남자교환수 이영씨(27)는 자신이 전화를 받으면 상대편이 자주 끊어버리는 경험을 갖고 있다.
아직 남자교환수가 있다는 것을 모르는 이용자가 갸냘픈 목소리의 여자교환양을 기대했다가 남자목소리를 들으면 오접으로 생각해 끊어버린다는 것.
남자교환수가 등장한 것은 81년. 7대1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이씨 등 2명이 합격했고 올해 2명이 더 늘어 남자교환수는 4명이 됐다.
교환수의 30%가 남자인 일본과는 달리 3백50명의 국제전신전화국 여자교환양 중 청4점으로 약세에 있어 가끔 일본교환수와 통화로 서로를 격려하고있다.
숫 적 열세로 야근에서도 제외된 남자교환수들은 『항상 꽃밭에서 살다보니 여성에 대한 호기심이 줄어든다』 고 하소연한다.
대우는 여성교환양과 같으나 숙직이 없기 때문에 수당이 약간 적다고.

<남자간호원>
남자간호원이 이목을 끌기 시작한 것은 서울대간호학과에 학생이 입학한 78년.
1회 졸업생은 현재 간호장교로 복무중이고 서울대간호학과 2,3년에 각1명씩이 재학중이다.
대부분의 종합병원 정신과병동에는 남자간호원이 있지만 다른과(과)에 근무하는 것은 서울휘경동위생병원의 2명이 유일하다.
환자들도 처음엔 의사로 알았다가 간호원신분을 알고 실망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남성의 책임감에 신뢰하게 된다고 했다.

<남자미용사>
헤어디자이너라는 고급스런 명칭의 남자미용사는 전국에 30여명.
2∼3년의 경력소유자가 대부분이지만 10년 이상된 1류 급의 미용실에는 연일 예약이 밀릴 정도로 호황이다.
남성미용사는 개업이나 취업에도 여성들의 호기심 대상이 되기 때문에 여성에 비해 유리한데 특히 머리손질 보다는 헤어스타일 연구에 힘쓰는 경우가 많아 변화에 약한 여성고객에게 인기를 얻는다는 것.
남자헤어디자이너가 있는 서울명동 유지승미용실이 단골인 이혜정양(21·S여대3년) 은 『여성의 미란 남성이라는 상대적 존재에게 비친 모습』 이라며 『남성에게 어필할 수 있는 머리힘은 남자미용사에게서 창조될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했다.

<의상디자이너>
남성진출이 가장 빨리 이루어진 곳이지만 80년대 케주얼선풍을 타고 재간있는 젊은 남성디자이너들이 대거진출했다.
「브니 앤 크라이드」 「데블」 「장」 「에쿠스」등 케주얼업체에서 「남성 의복를 여성에게」도 표현되는 유니섹스보드의 패션으로 남성디자이너를 고용, 참신한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이 같은 추세는 2∼3년 전부터 각 대학의 의상학과에도 영향을 미쳐 남자입학 희망생이 늘고있는 실정이다.<엄주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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