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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이 좋다 … '초미니' 신드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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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 컵에 들어가 있는 초미니 시추.

▶ 실제 당구대 9분의 1 크기 당구대.

▶ 메추리알 크기의 양배추.

▶ 열쇠고리 속 선인장.

▶ 회사원 박희태씨(24)가 초미니 오토바이를 타고 도로 위를 달리는 모습. 오종택 기자

'컵 안에 쏙 들어가는 강아지, 탁구공보다 작은 양배추, 밥상 크기의 당구대…'. 동화 '걸리버 여행기'의 소인국에서나 상상할 수 있는 존재들이 현실세계로 나왔다. 초미니 신드롬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모양은 그대로인 채 크기만 확 줄여놓은 작고 앙증맞은 것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 DNA 조작한 초미니 강아지 등장=찻잔 속에 들어갈 만큼 작다는 뜻에서 '티컵 강아지'라고 불리는 초미니 강아지가 대표적이다. 4년 전 미국에서 DNA 조작 등을 통해 첫선을 보인 뒤 국내에 들어왔다. 이 강아지는 갓 태어났을 때의 무게가 100g이 채 안 되고 길이도 10㎝를 넘지 않는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인터넷 등을 통해 이 같은 초미니 강아지를 판매하는 업체는 100여 개에 이른다.

초미니 강아지 쇼핑몰 M사 관계자는 "가격이 60만~600만원 선으로 비싼 편이지만 주문이 밀려 두 달 이상 기다려야 분양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일반견에 비해 몸집이 작아 저체온.저혈당 등 질병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므로 구입시 건강체크 등을 꼼꼼히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레저용품도 초미니 시대=최근엔 할리 데이비드슨 등 값비싼 오토바이를 축소한 '미니 할리' 등 초미니 오토바이도 나왔다. 최근 하얀색 미니 할리를 구입한 주부 주미영(34)씨는 "작고 귀여운 모양이 마음에 들어 오토바이 운전을 즐기게 됐다"고 말했다. 초미니 오토바이를 판매하는 W사의 경우 지난해에 비해 매출이 3배 정도 뛰었다. 장난감처럼 앙증맞은 모양을 좋아하는 여성들이 주고객이라고 한다.

여행가방 크기의 케이스에 넣어 다닐 수 있는 자전거인 '포켓 바이크' 등 초미니 자전거를 타는 직장인도 늘어나는 추세다. 50만~100만원으로 비싼 편이지만 출퇴근 때 운동을 겸할 수 있고, 크기가 작아 보관이 편하기 때문이다.

레저용품을 제작하는 M사는 일반 당구대를 9분의 1 크기로 축소해 밥상만한 초미니 당구대를 내놓았다. M사에 따르면 최근 한 달 평균 100~200세트가 팔려 3년 전 첫 출시에 비해 매출이 3~4배 늘었다.

주부 사이에선 새끼손가락만한 당근, 메추리알 크기의 양배추, 라이터만한 파프리카(서양 고추의 일종) 등 초미니 야채도 인기다. 일반 야채에 비해 2~3배 비싸지만 조리가 간편하고 음식을 아기자기하게 장식할 수 있어 신세대 주부들이 많이 찾는다는 것. 초미니 야채를 판매 중인 H무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첫 출시 때에 비해 매출이 10배 이상 급증했다.

◆ 대체물에 집착하는 부작용 우려돼=전문가들은 초미니 신드롬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문화풍토와 높은 소득 수준이 맞물려 나타난 현상이라고 말한다. 성영신(심리학) 고려대 교수는 "과거 소녀 취향이라고 여겼던 작고 예쁜 것에 대한 남성들의 거부감이 사라지고 소득도 늘어나면서 남녀 모두 작고 아기자기한 상품을 선호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성 교수는 "초미니 상품은 결국 진짜의 대체물에 불과하므로 지나친 집착은 현실세계에서의 사고능력을 그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강현.박수련 기자<foneo@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jongt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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