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학교선택권·학생선발권 풀어 주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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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김진표 교육부총리는 부동산 대책의 일환으로 서울 고교 학군 조정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도 11개 학군을 축소하는 등 고교 배정 방법을 개선하기로 했다. 김 교육부총리의 발언과 서울시교육청의 방침에는 집값을 안정시키려면 강남학군 선호도를 분산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깔려 있다.

강남지역은 학원이 몰려 있는 데다 경제적으로 여유 있고 고학력인 가정이 많아 고교의 상위권 대학 진학률이 다른 지역보다 높은 편이다. 해마다 3월이면 이곳의 고교로 전학하려는 학생들로 해당 교육청은 몸살을 앓는다. 학부모도 자녀를 강남학군으로 보내려고 거주를 희망하면서 아파트 가격 상승을 부추긴다. 그렇다고 교육을 경제정책의 한 수단으로 활용할 경우 적절치 않고 효과도 미지수다. 풍부한 문화.공공시설, 수많은 기업체, 다양한 상권, 용이한 고속도로 접근성 등 교육 이외의 생활 여건이 타지역보다 훨씬 뛰어난 점이 강남의 부동산 가격을 부추기는 주요한 요인이기 때문이다.

현행 학군제는 평준화제도와 맞물려 있다. 고교평준화와 함께 학군 내 추첨제는 과열된 고교 입시와 날로 늘어나는 사교육비를 잡는다는 명목으로 30년 전 도입된 것이다. 하지만 평준화가 학력저하를 초래하면서 개선의 목소리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최근 조사를 보면 학부모 대다수가 고교평준화는 유지하되 학생의 고교선택권은 보장해야 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평준화의 보완책으로 학생.학부모에게 학교선택권을, 학교에 학생선발권을 돌려주는 차원에서 학군을 획기적으로 조정해야 한다.

지하철 노선 확충과 버스 노선의 개선 등 서울시의 교통시스템 변화에 맞춰 근거리 배정 원칙인 현행 학군제의 광역화가 바람직하다. 서울시청을 중심으로 한 도심이 대상인 공동학군제에 강남학군을 비롯한 다른 지역의 고교도 포함하고, 모든 학군 내에서는 선 복수지원.후 추첨방식을 적용해야 한다. 이와 함께 강북의 열악한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대대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