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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연중 소장의 생활 속 발명 이야기 <5> 햄버거와 피자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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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빠서 간단히 한 요리가 발명으로 이어진 햄버거 전 세계 어디를 가도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햄버거. 패스트푸드의 대명사가 된 햄버거는 누가 언제 발명했을까?

미국을 상장하는 음식인 햄버거의 뿌리는 의외로 몽골 초원이다. 초원에서 말과 양을 키우며 살던 몽골인들이 주로 먹던 다진 고기가 햄버거 패티의 원형인 셈이다. 몽골 칭기스칸의 손자인 쿠빌라이칸은 말안장에 양고기를 넣고 다니면서 러시아를 점령했다. 이후 헝가리 등 동구권에서 다진 고기에 양파·달걀·소금·후추를 넣어 먹게 됐는데 이것이 ‘타타르 스테이크’다. 타타르 스테이크는 14세기에 독일에 전파됐고, 당시 독일 무역의 중심도시였던 함부르크에서 큰 인기를 누렸다. 타타르 스테이크는 함부르크에서 불에 굽는 요리법으로 변신하는데, 이에 연유해 햄버거라고 부르게 됐다는 설도 있다.

오늘날 햄버거 빵으로 알려진 둥근 빵, 번(bun)에다가 고기인 패티를 끼운 전형적인 햄버거의 모습이 나타난 것은 1904년 세인트루이스에서 열린 만국박람회장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람회장은 수많은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뤘고, 식사시간이 되면 박람회장내 구내식당 앞에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쳤다. 요리사들은 밀려드는 주문으로 눈코 뜰 새가 없었다.

그중 한 요리사가 너무 바쁜 나머지 고기를 둥근 빵에 끼운 핫 샌드위치를 팔았다고 한다. 무엇인가 부족한 미완성 요리였다. 그러나 손님들의 반응은 한마디로 대단했다. 포크나 접시도 필요없고, 갓 구운 고기와 맛 좋은 빵을 뜨거울 때 같이 먹을 수 있는 편리함에 폭발적인 인기를 불러온 것이다.

미국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한 햄버거가 전 세계로 퍼져 나가게 된 것은 1940년 맥도널드 형제가 레스토랑을 열면서다. 형제는 1948년 현대 패스트푸드 식당의 기본 원리인 스피디 서비스 시스템을 도입했고, 이 경영 방식에 매력을 느낀 레이 크록이 형제에게서 프랜차이즈 권한을 인수했다. 크록은 1955년 미국 일리노이주에 첫 번째 맥도날드 프랜차이즈 매장을 열었다. 이후 맥도날드는 전 세계 120개국 3만4000여 매장에 매일 약 6900만 명이 찾는 세계 1위의 식품서비스 기업(2013년 기준)으로 성장했다.

우리나라에서는 6.25 이후 미군이 주둔하면서 알려진 뒤 1979년 10월 롯데리아가 국내 최초로 햄버거를 선보였다.

그리스·로마 시대부터 먹었던 피자 이탈리아하면 떠오르는 음식인 피자. 오늘날 피자는 세계인의 요리라고 할 만큼 다양한 레시피로 변주돼 거의 모든 문화권에서 먹고 있다.

피자의 원조는 그리스·로마 시대에 이스트 없이 기름과 식초로만 반죽해 구운 납작한 빵인 마레툼이라는 견해가 있다. 당시에는 마레툼에 마늘과 양파를 곁들여 먹었다고 한다.

기원전 730년 경부터 약 600년 동안 이탈리아 남부를 다스렸던 그리스인들은 둥글고 납작한 빵에 올리브 오일, 마늘, 양파, 허브 등을 올린 플라쿤토스를 주로 먹었다. 이들은 오븐을 최초로 도입하고, 반죽을 치대는 법을 개발했으며, 오늘날의 피자처럼 가장자리를 살짝 집어 올려 토핑이 흘러내리지 않고 잡고 먹기 쉽게 했다.

현대의 피자는 중세 초기 이탈리아의 나폴리탄 파이가 기원으로, 나폴리인들은 오늘날 피자 하면 떠오르는 토마토 토핑을 최초로 고안해냈다. 피자는 반죽을 치대고 빚는 기술이 까다로울 뿐만 아니라, 제대로 구우려면 나무를 때는 화덕이 필요하므로 집에서 만들기보다 주로 사서 먹는 요리였다. 피체리아(pizzeria)라고 불리는 화덕을 갖춘 최초의 피자 전문점은 1830년 나폴리에 문을 연 ‘포르트 알바(Port’ Alba)’로 2014년 현재에도 성업 중이다.

1889년에는 피자 도우와 토마토, 모차렐라 치즈가 어우러진 피자가 탄생했다. 그해 6월 나폴리의 유명한 피자 가게 주인 에스 포지토가 마르게리타 왕비를 위해 만든 마르게리타 피자가 그것이다. 그는 전통적으로 피자 토핑으로 사용했던 토마토와 바질에 모차렐라 치즈를 추가했는데, 이 세 가지 토핑은 이탈리아 국기의 삼색을 상징하기도 한다. 당시 이탈리아에선 통일이 이뤄질 분위기가 고조되던 터라, 이런 애국적 면모는 왕과 왕비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이후 19세기 후반 이탈리아의 빈곤이 격화되며 많은 이들이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고, 미국에서도 피자를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1905년 조반니 롬바르디가 뉴욕에 처음으로 피자점을 열었고 1920년대부터 다수의 이탈리아 이민자들이 미국 북부를 중심으로 피자 가게를 개점했다. 당시 미국에서는 다른 외식업에 비해 피자 전문점의 창업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았기에 다른 나라 이민자들도 피자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 결과 인도·아랍·그리스·남미 등의 음식 문화와 접목된 피자들이 탄생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1954년 셰키스, 1958년 피자헛, 1960년 도미노 피자 등 피자 체인점이 본격적으로 생겨났고, 이들은 피자의 인기와 자본에 힘입어 세계시장에 진출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피자가게는 1972년 서울 유네스코 빌딩에 개점했다. 1985년에는 피자헛이 진출했고, 1986년 아시안게임, 1988년 올림픽을 거치며 사람들이 즐겨 먹는 식품으로 발전했다.

황연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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