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깰 줄 모르던 경기 꿈틀거린다|업종별 현황을 살펴보면|내수 중심으로 풀려 건설·자동차 등 호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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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오랫동안 깨어날 줄 모르던 경기가 내수를 중심으로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아직은 일부 업종에 한한 반점경기다.
수출은 좀처럼 호전의 기미가 없는데 비해 내수 쪽은 6·28, 7·3이후 뭉치로 풀려 나온 돈과 이에 따른 실물투자 무드를 타고 주택경기가 일면서부터 건설업종을 중심으로 서서히 풀리는 기미다.
이 추세가 본격적인 호황으로 연결될 수 있느냐는 미지수지만 일단 무언가 움직이기는 했다는 것이 경제계의 관측이다.

<섬유는 계속 저조>
우리나라 수출상품의 주종을 이뤄온 섬유제품은 올 들어서도 계속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9월말까지 신용장 내도액도 46억달러 정도로 작년같은 기간의 49억여 달러에 비해 오히려 3억달러나 줄어들었다. 그러나 8월 이후 신용장 내도액이 작년 같은 달 수준을 조금씩 넘어서고 있어 연말부터는 다소 회복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눈치다. 그러나 그동안 재미를 보던 특수경기가 끊기고 선진국의 보호무역주의가 더욱 강화되는 추세여서 예전같은 호황은 바라기가 어렵다.
이에 비해 내수 쪽은 훨씬 낫다. 지난 추석경기에 이어 일찍 찾아온 추위로 겨울 의류수요가 일고 있는 등 작년보다는 20∼30%정도 늘지 않겠느냐는 것이 업체의 기대다.
전자업계는 칼라TV·냉장고 등 주종상품의 매기가 주춤하면서 상반기보다는 다소 실적이 떨어졌다.
그러나 VTR·전자레인지 등 새 상품의 잇단 개발로 전체적인 생산은 그런대로 10%정도의 신장은 유지하고 있다. 연말에는 추수자금을 겨냥해 농촌지역의 컬러TV구입에 희망을 걸고 있다.
전자업계에선 새 상품과 값싼 제품이 계속 나오면 실수요는 안 늘 수 없을 것이며 오랜 불황 끝의 대체수요에 기대를 걸고있다.
덩어리가 큰 조선업계의 경우는 전망이 매우 어둡다. 지금까지는 이미 받아놓은 수주물량이 있어 그럭저럭 꾸려나가고 있으나 내년하반기에는 일감이 있을지 걱정이다.

<내년 일감이 막막>
9월말 현재 수주잔량은 2백2만7천t으로 1년분 일감밖에 안 된다. 더우기 신규수주가 극히 저조해 올 들어 9월까지 새로 따낸 물량은 50만t으로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양으로는 32·2%, 금액으로는 48·1%에 불과한 실정이다. 세계조선경기가 극도로 침체돼있어 내년을 어떻게 넘기느냐가 큰 문제다.
석유화학 쪽도 여전히 먹구름이다. 합성수지의 생산이 미미하게 늘었으나 내수·수출 모두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있고 전망도 안 좋다.
자동차는 작년에 비하면 많이 좋아졌다. 특히 새로 나온 맵시, 포니2 등 승용차가 인기를 끌면서 작년보다 15% 쯤 생산이 증가됐다. 7·3 실명제쇼크와 택시합승금지조치가 자동차경기를 크게 부추겼다. 4·4분기 들면서 증가세는 일단 주춤했지만 그런대로 꾸준히 나가고있고 특히 소형버스는 봉고시리즈가 여전히 인기다. 이에 비해 트럭·특장차 쪽은 침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타이어는 여전히 심각한 불황. 수출은 역시 불황이던 작년에 비해 65%정도에 머물고 있으며 이는 80년에 비하면 절반수준이다. 중동이 특히 부진하고 최근 호주에서도 수입규제움직임이 있는 등 내년전망도 밝지 못하다. 다만 올해가 워낙 어려웠기 때문에 약간의 반승이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점도. 내수 쪽은 자동차경기의 호전으로 다소 늘어났다.
불황중에서도 꾸준히 성장을 계속해 온 것이 있다면 신발류다. 올들어서도 고급화개발·새시장개척 등으로 물량 10%, 금액 20%정도의 성장을 기록했다.
고급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늘고 있고 해외시장에도 특별한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여 앞으로도 10%정도의 성장은 무난히 유지할 수 있을 것.
제지업계는 요즘 엉뚱하게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 물론 연말연시가 닥쳐 달력 등 계절적 수요가 느는 영향도 있으나 그것보다는 올 봄에 많은 업체가 도산했던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지난 3∼4년 전의 호황 때 과잉설비를 했던 것으로 올 봄 들면서 많은 업체가 잇달아 쓰러져버려 살아남은 업체로서는 자연히 교통정리가 된 셈. 전체 생산은 작년보다도 나아진 게 없는데 한 업체에 돌아가는 몫이 커졌다. 아트지 등은 공급이 달릴 정도다. 그러나 문을 닫았던 몇 몇 업체들이 재 가동을 서두르고있어 내년쯤이면 경쟁이 다시 치열해질 전망이다.

<건축면적 크게 늘어>
6·28, 7·3이후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곳이 건설업체다.
4년동안 완전히 죽어있던 주택경기가 6·28, 7·3등으로 갈곳을 몰라하던 돈들이 역시 부동산으로 몰려듦에 따라 일거에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고 있다.
9월말현재 건축허가면적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35%가 늘었고 7월 이후는 모두 전년동월대비 50%의 신장률을 보이고 있다.
9월 한달 만은 무려 85·6%가 늘어난 3백80만 평방m로 사상최고를 기록했다.
특히 서울·부산·대구 등 대도시의 건축허가면적은 9월에 각각 작년동월대비 1백%를 넘는 엄청난 증가율을 보였다.
이러한 건축경기 덕을 단단히 보는 것이 시멘트업계.
올 들어 상반기까지도 50%정도의 내수 가동율을 보이던 것이 7월 이후 건축 붐을 타면서 70%까지 성큼 올라섰다. 이에 따라 올 들어 10월까지의 평균가동률도 55·7%에 달해 작년보다 12%쯤 증가됐다.
철강 쪽은 금년 수출목표 28억 달러는 그럭저럭 달성될 전망. 선진국철강업체들의 휴·폐업러시로 국내철강업체들이 반짝경기를 누린 셈이다.

<박태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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