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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쏭달쏭…미-북괴 교역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정부기관이 지난 10여년 동안 발간해온 자료와 정부 당국자들이 말하는 주장이 상반될 경우 어느 쪽을 믿어야 할까?
그런 딜레머를 최근 홍콩에서 발간되는 파 이스턴 이커노믹 리뷰 지의 미-북한 교역설의 배경을 취재하면서 겪었다.
우선 미국상무성이 발간하는 교역자료를 살펴보자. 『수출연감』은 79년 중 미국이 1만 2천 6백 80 달러 어치의 유기화학제품을 북한에 수출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80년과 81년 연감에는 북한 난이 공란으로 비여 있다. 『수입연감』에는 79년에 11만 4천 5백 13 달러, 80년에 13만 6천 1백 81달러, 81년에 4만 7천 2백 34달러 어치를 북한으로부터 수입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리뷰 지는 이 4가지 숫자를 가산해서 지난 3년 동안 31만 달러 상당의 교역이 있었다고 보도한 것인데 숫자상으로는 맞지만 이 기사가 마치 미국과 북한간에 새로 교역이 시작되고 있는 것 같은 인상을 준 것은 잘못된 관점이다.
왜냐하면 상무성자료는 69년까지는 월맹과 함께 북한과의 교역란의 「N·T」(No Trade)라고 기재했다가 7O년부터 대 북한 수입고를 기재하기 시작했으며 지금까지 12년 동안 계속되어온 것으로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자료에 따르면 판문점 도끼난동사건이 있은 76년에 수입량이 1천 6백 63달러로 최저를 기록한외에 70년부터 78년 사이 평균수입량은 연 3만 2천 달러정도였고 79년에는 갑자기 11만 4천 5백 13달러로 크게 불어나고, 80년에는 13만 6천 1백 81달러로 약간 불어났다가 81년에는 다시 4만 7천 2백 34달러로 크게 준 것으로 되어 있다.
수입품목은 기계류 및 운송장비·직물·라디오·빗자루·단추, 심지어 골동품까지 포함 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통계자료를 미국무성과 대 공산권교역을 관장하고있는 재무성이 다같이 집계상의 실수라는 이유를 들어 이를 전적으로 부인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 공산권수입면장을 발행하는 재무성의 한 관리는 원칙적으로 북한에 대해서는 상품수입면장을 발행하지 않고 있으며 다만 헌법개정 제1조를 준수하다보니 북한의 서적과 선전영화 등 비상업용 항목과 소량의 선물용 물품에 대해서 수입허가를 하고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리는 상무성의 북한교역 통계숫자는 한국 또는 제3국 항목에 들어갔어야 할 숫자가 잘못되어 북한항목에 끼어 든 것이라고 주장했다. 어떻게 그렇게 큰 실수가 계속될 수 있느냐고 물으니 그는 상무성이 다루는 통계숫자가 워낙 방대해서 집계를 외부에 하청하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관계에 정통한 뉴욕의 한 미국학자는 금년도 국무성의 인권보고서가 북한 내의 인권상황에 대해 특히 신랄한 비판을 가한 사실이나 기타 미국정부 내의 분위기로 보아서도 이 시점에서 교역과 같은 은밀한 방법으로 북한에 어떤 신호를 보낼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여러 상황으로 봐서도 그런 판단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간다. 그러나 12년간 상무성이 일관성 있게 있지도 않은 북한과의 교역량을 기재해왔다는 주장은 아무리 관료사회의 습성을 과장해서 이해하려해도 납득하기 어렵다.
【장두성 워싱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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