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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두뇌 클수록 친구가 많을까요 뇌과학자가 던진 31가지 물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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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의 그림 ‘율리시스와 사이렌’(1891). 두려움에 떨면서도 먼 곳으로 떠나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망을 보여준다. [사진 동아시아]

김대식의 빅퀘스천
김대식 지음
동아시아, 320쪽
1만8000원

카이스트의 뇌과학자 김대식 교수는 이 책에서 과학은 답이 아니고 물음이라고 강조하는 듯하다. 인간의 뇌와 사고를 연구하면 할수록 더욱더 떠오르는 질문을 31가지나 정리했으니 말이다. 우리는 누구이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왜 정의를 기대하는가, 민주주의는 영원할까 등 인간의 삶을 둘러싼 31개의 커다란 물음이 답을 구한다.

 지은이의 주제는 사회과학의 그것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다. 그의 전공이 뇌과학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뇌로 움직이고, 그런 인간이 모여서 집단으로 사고하고 작용하고 반응하는 상황을 연구하는 것이 사회과학이니 말이다. 뇌과학은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이 만나는 접점이다.

 지은이는 홀바인의 그림, 베네치아 산마르코 성당 앞의 콘스탄티노플 대리석 등으로 우리에게 말을 건다. 인문학적 상식을 씨줄로, 뇌과학을 중심으로 한 자연과학의 지식을 날줄로 엮어 인간사회라는 거대한 태피스트리를 짜나가는 느낌이다. 그의 태피스트리를 펴면 우리 시대의 고민이 펼쳐진다.

 친구란 무엇인가란 물음을 살펴보자. ‘아, 옛날이여’라는 말처럼 인간은 과거를 그리워하는 경향이 있다. 아련한 시절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은 어느 사회, 어느 집단에서도 항상 아름답게 그려진다. 하지만 실상은 기억과 다르다. 과거는 대개 현재보다 굶주렸고 폭력이 만연했다. 수명은 지금보다 훨씬 짧아 젊은이들이 새처럼 떠나갔다.

김대식

 지은이는 이렇게 잔인한 사회에서 살아나기 위해 인간을 비롯한 영장류는 ‘인지적 회계’를 발달시켰다고 설명한다.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떤 대접을 받았는지를 기억해 집단 내에서 내 위치를 파악하는 인지활동이다. 위치를 제대로 파악해야 더 강한 사람에게 복종하고 약한 사람을 맘껏 부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 옥스퍼드대 로빈 던바 교수는 영장류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대뇌피질의 크기는 살기 위해 필요한 친구의 숫자와 비례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뇌가 작은 명주원숭이는 10마리면 족했다. 영장류 중 큰 침팬지는 100마리는 돼야 삶이 옹골차진다. 인간은 150명쯤 필요한 것으로 계산됐다.

 자, 그렇다면 왜 뇌가 클수록 친구가 많이 필요할까. 지은이는 뇌가 클수록 더 많은 구성원과의 관계, 말하자면 ‘갑과 을’의 관계를 기억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그 관계만으로 산다면 인간의 삶은 정글과 차이가 없다. 그래서 지은이가 지목하는 상호 관계의 주요 매개는 영장류의 경우 ‘이 잡아주기’다. 가상의 이를 잡아주며 상호 인지적 회계를 한다는 것이다.

 인간에게 ‘이 잡아주기’에 해당하는 것이 소통과 공감이다. 위협과 불확실로 가득 찬 세상에서 존재를 이어가려면 인간은 끝없이 예측해야 한다. 내가 옳은지 끊임없이 회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다른 이를 또 하나의 나로 보고 공감하면서 소통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어쩌면 친구라는 또 하나의 나를 통해 구원받으려는지 모르겠다는 것이 이 주제에 대한 지은이의 결론이다.

채인택 논설위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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