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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허니버터칩'이 뭐길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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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양성희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이렇게 유명세를 치르는 과자는 보다 보다 처음이다. 초코파이나 새우깡 같은 ‘국민 과자’들도 못 누려 본 열기다. 몇 해 전 반짝 인기였던 흰 국물 라면 ‘꼬꼬면’에 비유되기도 하지만 그때는 교류 매체(SNS)가 없던 시절이니 얘기가 다르다. 모든 열풍과 신드롬의 근원인 SNS 말이다.

 ‘허니버터칩’의 인기도 지난 10월 말 SNS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다. 스타들이 관련 사진을 올리면서다. 과자 물량을 대느라 철야 작업을 하던 공장에 불이 났다는 얘기가 SNS에 나돌며 궁금증을 보탰다. 해외 경매 사이트에까지 허니버터칩이 등장하자, 신문·방송들은 인기 비결을 분석하고 나섰다.

 허니버터칩의 성공담은 최근 흥행하는 콘텐트의 조건을 잘 보여준다. 우선 맛으로는 일명 ‘단짠맛’. 여느 감자칩의 짠맛에 단맛을 더한 것이다. 일종의 틈새시장 전략이다. 거기에 결정적으로 입소문 마케팅과 SNS가 가세했다. ‘맛있다’도 아니고 ‘맛있다더라’가 강력하게 행동을 유인했다. 허니버터칩을 먹어도 그만, 안 먹어도 그만인 과자가 아니라 ‘문화적 민감도’를 드러내는 표식으로 받아들인 젊은 세대의 특성도 맞물렸다. 과자 하나를 먹기 위해 줄 서서 기다렸다든지, 공장까지 찾아가서 먹었다는 무용담이 그렇게 등장했다.

 요즘 우스개 중 ‘올 한 해 가장 어려운 일은 아이맥스에서 ‘인터스텔라’를 보면서 허니버터칩을 먹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1000만 흥행 고지를 향해 가고 있는 영화 ‘인터스텔라’는 아이맥스 버전 표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라고 한다. 이 영화의 흥행도 ‘바이럴 마케팅+SNS’에 기인한 바 크다. 막상 완성도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지만 ‘남들이 많이 보니 재미있는 모양이다, 나도 뒤처지지 않게 봐 줘야지’라는 심리가 깔려 있다. ‘명량’ 등 ‘1000만 영화’의 심리학이 대체로 그런 것이다. 물론 그렇게 남들과 더불어 함께 열광하는 기한이 끝나면 ‘도대체 1000만 명이 볼 영화가 아닌데’라는 불평이 쏟아진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다 그 영화를 본 사람들이다.

 결국 우리가 원한 건 열광인 것 같다. 열광이 필요하고, 열광의 공유가 필요하고, 열광의 인증이 필요하고…. 열광에서 소외되는 것이 두려워 더 열광한다. SNS가 증폭시키는 문화적 쏠림이다.

 매사 삐딱하기를 좋아하는 나는 당분간 허니버터칩을 먹을 생각이 없다. 그러나 이 또한 문화적 객기일 뿐 여전히 세상은 허니버터칩을 먹어본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으로 나뉜다.

양성희 문화스포츠부문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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