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동요건 너무 포괄적" 국회심의서 논란 예상|정부가 제출한 「자원관리법안」의 시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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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가 5일 국회에 제출한 「자원관리법안」에 대해 민한당 의원들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해 앞으로 심의과정에서 논란을 벌일 것 같다.
「장래에 있어서의 필요시」에 대비하여 국가의 인적·물적 지원의 조사 및 훈련 등에 대해 포괄적으로 규정한 이 법안은 한 마디로 전시나 국가 비상시에 대비한 「준비법」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국가보위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작년 정기국회에서 폐지됨에 따라 동 폐지법 부칙규정에 의해 현재 시행중인 「자원운영 등에 관한 규정」을 보완해 대통령령을 법으로 「격상」시킨데 불과하다는 것이 정부측의 설명이다.
이 법안은 ▲국가가 필요한 경우 동원하거나 징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20세 이상 50세 이하(과학자 및 각종 자격소지자 등은 60세까지)의 모든 남자 및 국내 모든 물적 자원을 관리대상으로 하고 ▲필요한 경우 인적 및 물적 자원의 실태파악을 위해 조사를 할 수 있으며 ▲필요시에 대비키 위해 특정인력·물자 및 업체를 중점관리대상자원으로 지정하여 시설의 보강·물자의 비축 등을 명할 수 있으며 ▲중점관리대상자원에 대해서는 연15일 이내의 필요한 훈련을 실시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등을 주요내용으로 하고있다.
이에 따라 이 법의 적용을 받는 인적관리대상만도 1천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정부는 이 법안이 ①인적·물적 자원의 동원이 아니고 단순히 동원을 준비하는 것이고 ②양곡관리법·염관리법·석유사업법 등 비상사태에 대비하여 현재도 소금·양곡·석유등의 비축의무가 부과되고있으며 ③스위스·자유중국 등 세계각국이 유사한 법률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결코 「정치적 의미」를 갖는 법이 아니라고 강조하고있다.
그러나 이 법안은 그 발동요건을 현행 대통령령이 「비상사태 하에서 국방상의 목적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로 한정하던 것을 「장래에 있어서의 필요시」라는 포괄적이고도 추상적인 표현을 써 확대해석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게다가 자원조사에 관한 사항, 중점관리대상자원의 지정 및 이에 대한 조치, 훈련에 관한 사항 등을 대통령령에 위임, 행정부에 재량권을 너무 크게 부여하고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특히 「중점관리대상업체」로 지정된 경우 시설의 보강, 자체훈련, 필요한 물자의 비축·관리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조치를 취해야하는 사기업체의 경우 인적·물적 부담의 가중우려가 있고, 현행 민방위법과의 중복되는 점도 없지 않다.
다만 이 법안은 동원대상자를 현행 「17세 이상 50세」에서 「20세 이상 50세」로 다소 축소했고 벌칙조항도 1년 이상 7년 이하의 징역에서 최고 2년 이하의 징역과 벌금형 등으로 완화하고 있다.
제안자인 정부측은 정치적 색채가 전혀 없는 국가안보상의 준비입법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발동요건 ▲포괄적인 시행령에의 위임 ▲입법과정에서의 문제점 등이 야당에 의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만큼 이번 회기 중 통과될지는 불투명한 상태다.
민정당도 이 법안이 「순수하다」는 점을 강조하고있고, 현행법규정으로도 최소한의 준비체제는 갖출 수 있기 때문에 처리를 강행하거나 무리를 해서까지 통과시킬 생각은 아닌 것 같다. <고흥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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