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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 100대 드라마 ⑥남북관계] 54. 자리잡히는 남북 경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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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성공단에서 지난 11일 준공한 로만손시계 공장의 관계자가 북측 근로자들에게 기계작동법을 설명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15일 주방용품 생산업체 ‘리빙아트’가 조업을 시작한 이후 (주)신원 등 5개 기업이 조업 중이다. 나머지 10개 기업도 연내 공장을 준공하고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 7월 문을 연 금강산 해수욕장에서 관광객들이 바나나보트 등을 타며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현대아산 제공)

개성공단에 진출한 자동차 부품 생산업체 SJ테크는 지난달 중국의 한 바이어와 1000만 달러 규모의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앞서 주방기구 생산업체인 리빙아트도 최근 개성공단 생산 제품을 멕시코에 수출했다. 이 두 사례는 남북경협이 해외시장 개척에 성공한 대표적 사례들이다. 금강산 관광특구 사업도 우여곡절 끝에 지난 6월 누적 관광객수가 100만 명을 넘어서고 흑자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주)대우를 비롯해 2003년까지 북한에 진출한 55개 남측 기업들은 거의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남북 관계의 부침에 따라 안정적으로 사업을 운영할 수 없었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다. 또 투자보장 협정이나 청산결제 제도 등 경협을 위한 제도적 장치들이 미비한 것도 원인이었다.

그러나 금강산 관광 사업과 개성공단 사업은 달랐다. 2002년 서해교전 등으로 남북 관계가 극도로 긴장된 상황에서도 꾸준히 추진됐다. 김대중 정부는 이 두 사업을 ‘햇볕정책’의 대표로 삼아 국내외의 비판을 감수하면서 지속적으로 추진했다. 북측도 이들 사업엔 적극성을 보였다.

이 두 사업은 모두 현대그룹이 중심이 돼 추진해 왔다. 그만큼 남북경협에서 현대가 차지하는 위치는 독특하다. 1998년 소떼를 끌고 판문점을 넘어 방북한 고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금강산 특구와 개성공단 독점사업권을 따냈다. 금강산 관광료 조로 매달 2400만 달러씩을 지불하는 등 모두 9억4200만 달러를 지급하기로 한 대가였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고 정주영 명예회장은 경제로 통일의 초석을 만들어야 한다는 구상을 가졌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과감한 대북투자는 국내 최대 재벌 그룹이던 현대를 자금난에 빠트리면서 그룹 해체의 단초가 되기도 했다.

금강산 관광은 현대의 자금난으로 인해 중단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대는 북한과 협상을 통해 월정액이던 관광 대가를 조정(해로관광 1인당 100달러, 육로 50달러)하고 2003년 9월 육로관광을 시작하면서 경영난에서 벗어나는 계기를 잡았다.

개성공단 사업은 새로운 형태의 남북경협 모델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과거 경협은 위탁가공 형태의 무역이나 북한 기업과 합영·합작하는 방식이 주였다. 원자재를 북한 공장에 제공하고 완제품을 반입하는 형태였다. 경영 주체는 북한 사업 파트너이거나 합작회사였다. 일종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이다. 그러나 개성공단에선 우리 기업이 경영 주체가 돼 직접 공장을 짓고 북한 노동자를 고용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또 개성공단은 위탁가공 방식에 비해 운송비 등에서 월등히 유리하고 북한 노동자들의 임금 대비 생산성도 크게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개성공단 사업은 쇠퇴해 가던 노동집약적 산업 분야에서 우리 기업이 다시 국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통일부 이상민 개성공단 운영지원과장은 “경협이 남북 관계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분명 과거와는 다른 상황”이라며 “개성공단은 새로운 형태의 남북 상생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92년 80만 달러에 불과하던 남북교역액은 지난해 6억9700만 달러로 871배 이상 늘어나면서 남측은 북한 대외교역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2위 교역 상대자가 됐다.

정용수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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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도현 노래…바나나보트…
격세지감 금강산

올 여름 금강산 관광특구는 어느 때보다 활기에 넘쳤다. 해변에는 24시간 내내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백사장도 이달부터는 24시간 걸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밤늦은 시간 도보 이동은 군데군데 자리잡은 북한 군부대에 막혀 완전히 자유롭진 않았다.

금강산 관광특구 내 가장 고급스러운 숙소인 금강산 호텔 1층 소극장에선 ‘금강산 예술단’이 공연하는 북한 민요와 연주를 감상할 수 있으며 스카이 라운지에서는 노래방 기계에 맞춰 북한 젊은 여성 접대원들이 북한 가수 전혜영의‘휘파람’ 등 북측 가요와 ‘눈물 젖은 두만강’ 등 흘러간 우리 가요를 불렀다. 1층의 단란주점에서는 윤도현의 ‘사랑했나봐’ 같은 남측 최신 가요를 직접 불러볼 수도 있었다. 해수욕장에선 모터보트와 바나나보트의 스릴을 맛볼 수 있고, 백사장에선 사륜 모터바이크로 질주할 수 있었다. 구명재킷과 튜브, 모터보트, 고무보트 등 물놀이 용품은 저렴한 가격(2달러에서 6달러)에 빌려줬다. 모터바이크 등을 제외한 모든 물놀이와 용품을 일괄 사용하는 데는 하루 30달러.

왕복 2~3시간 코스인 만물상 등산로는 내내 계단으로만 오르내려 다리가 아프지만 중간 중간 명소에서 쉬어갈 때마다 북측 안내원들이 구수하게 풀어내는 전설을 들으며 땀을 식힐 수 있었다. 연로하신 분들은 만물상보다 한결 쉬운 구룡연코스를 즐기거나 바닷가 삼일포, 해금강 코스의 빼어난 풍광을 즐길 수 있다.

저녁시간에는 수질이 뛰어난 온천에서 등산의 피로를 푸는 코스가 백미. 금강산 앞바다에서 잡은 자연산 활어회를 안주로 북한산 들쭉술이나 남측에서 들여 온 소주를 마실 수도 있고 타조 고기, 흑돼지 꼬치구이를 파는 포장마차에선 옥수수 막걸리도 맛볼 수 있었다. 평양에만 있는 옥류관 분점도 문을 열어 전통 평양식 냉면을 팔았다. 북측이 자랑하는 서커스 공연도 놓치면 아쉬운 구경거리다.

올 여름 금강산에 하루 1000여 명의 관광객이 방문했다. 그 탓인지 점심과 저녁 식사는 미리 식권을 구입해야 하는 불편이 있었다.

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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