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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용준 손예진 "거짓말 하나도 안한 연기, 재미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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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용준 손예진 주연의 화제작 '외출'(제작 블루스톰)이 첫 공개된 23일 오후 5시30분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인터콘티넨탈 호텔 하모니볼룸에서 두 주연배우와 허진호 감독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이 열렸다.

영화 '외출'은 배우자의 교통사고로 불륜 사실을 알게 되면서 삶의 균형을 잃어버린 두 남녀가 사랑에 빠진다는 정통 멜로물. 배용준은 과묵한 조명기사 인수 역을, 손예진은 조용한 주부 서영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앞서 이날 오후 2시 삼성동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열린 프리미어 시사회에서는 내외신 700여명이 몰려 열띤 취재 경쟁을 벌이는가 하면, 500여명의 일본 팬들이 참석해 한류스타 배용준의 높은 인기를 실감케 했다. 다음은 이날 기자회견 일문일답.

-영화 제목이 '외출'인데 일본에서는 '4월의 눈'(April Snow)이다. 중화권에서는 어떤 제목으로 개봉하는지.

▶허진호 감독=제목을 정할 때 '외출'과 '4월의 눈' 둘을 놓고 고민했다. '외출'의 의미가 번역을 할 경우 의미가 잘 전달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해외 쪽에서는 '4월의 눈'이라고 정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중국 쪽에서도 '4월의 눈'이 될 것 같다.

-이번 영화를 통해 중화권에서 배용준이라는 배우를 홍보할 계획이 있는가.

▶배용준=중국의 많은 가족분들이 서명운동을 해서 중국에서 개봉을 준비중인 것으로 안다. 개봉을 하게 될 것 같다. 한류스타보다는 앞으로 국내에서 더 열심히 활동하고, 아시아 각국에서 더욱 인정받을 수 있는 배우가 되겠다.

-배용준씨는 허진호 감독과의 작업이 기대돼 시나리오도 보지 않고 출연을 결정했다고 들었다.

▶배용준=어느 순간부터 작품을 선택할 때 잘 할 수 있는 작품보다 어려운 작품을 하려고 했다. 이번 작품은 허진호 감독의 작업 스타일에 대한 도전이었다. 지금껏 해보지 못했던 작업 스타일을 해보고 싶었다. 물론 정말 저와 안맞는 부분도 있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다음 작품을 통해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번 작업은 힘들었지만 즐거웠다.

-영화 속 인수의 슬픔이 많이 드러난다. 인수의 감정에 얼마만큼 공감했는지 궁금하다.

▶배용준=우선 정말 슬펐는데 그렇게 느끼고 알아주셔서 정말 감사하다.(웃음) 이번 작품은 제가 체험했던 일을 공개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고 그래서 부끄러운 마음도 든다. 이번 작품을 하며 다른 점이 있다면 기존엔 많은 준비작업이 있었다. 캐릭터를 만들어왔고. 그러나 이번 작품에서는 제가 그 인물이 돼서 느끼고 표현해야 했다. 그래서 인수라는 인물과 배용준이라는 인물을 동일시하셔도 괜찮을 것 같다.

-한류스타가 캐스팅되면서 쏠린 기대가 부담이 됐는지 힘이 됐는지 궁금하다.

▶허진호 감독=외적으로 부담을 느끼기보다는 내적으로 고민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인지 내적인 부분이 더욱 고민이 됐다. 같이 있었던 배우들도 외적인 것보다는 내적인 부담감이 더 컸던 것 같다.

▶손예진=저 뿐만 아니라 모든 스태프 등 모두가 기대하는 작품이다. 언제나 열심히 하지만 이번에는 모두들 기대가 커서 영화 들어가기 전 부담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영화 찍으면서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고 영화만 생각하면서 연기한 것 같다.

▶배용준=사실 부담스러운 마음이 있다. 무엇보다 아시아에서 동시 개봉하는 것 때문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 같다. 앞으로 아시아 문화가 활발히 교류하기 위해서 아시아 영화가 동시 개봉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그런 점에서 이번 작품이 좀 더 좋은 반응, 좋은 평가를 얻길 바라고 있다.

-(일본기자) 일본 팬들은 이 영화가 개봉되길 손가락을 꼽으며 기대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러브신에 두근두근해 하면서 영화를 봤다. 그저 야한 베드신이 아니라 정말 아름다운 영상을 추구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영상미에 안심하고 영화를 볼 수 있었다.(일동 웃음) 이자리에 못 온 일본 팬들에게 한마디를 해주셨으면 좋겠다.

▶배용준=우선 아름답게 봐 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 감독님도 그 부분에 가장 많은 신경을 썼다. 아시아의 가족 여러분 정말 많이 신경쓰셨을 텐데 이제야 '외출'이 개봉하게 됐고 기대와 관심 감사드린다. 이 영화를 통해서 사랑에 대한 특별한 경험을 하시길 바란다. 그리고 저희 영화 '외출' 안심하고 보실 수 있을 것이다.(웃음)

-손예진씨는 처음으로 강도높은 베드신을 감행했다. 연기한 소감, 그리고 직접 보고 난 소감이 궁금하다.

▶손예진='외출'이란 영화는 결혼한 남녀의 사랑을 다룬다. 서로의 몸에 대한 부분, 육체적인 관계가 빠져서는 안된다고 생각했고 감독님 역시 저와 생각이 같았다. 찍으면서는 조금 힘들었다. 서영과 인수가 그 순간의 감정에 치우치기보다는 복잡한 상황에 있었기 때문에 미묘한 감정을 나타내기가 힘들었다.

9시간 정도 찍었는데 영화를 봤을 때 다행히 그 장면에서 인수와 서영의 느낌이 좋았던 것 같아 만족하고 있다.

-연출에서 주안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허진호 감독=이번 영화에서는 인물에게 좀 다가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카메라가 더 가까이 갔고 인물의 표정도 살았다고 생각한다. 찍으면서 제가 배우들과 같이 가져가고 싶었던 것은, 카메라가 가까워졌지만 표정들이 정직했으면 좋겠고 거짓말을 안했으면 좋겠고, 그런 면에서 작은 움직임들이 잘 나타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얼마 전 프린트를 봤는데 배용준씨와 손예진씨가 그런 면에서 잘해줬다고 생각한다.

-대사가 절제되고 정적인 연기가 더 어렵지는 않았나.

▶손예진=매 신에서 인수와 서영의 감정을 나타내기가 쉽지 않았다. 대사 없이 눈빛과 표정만으로 연기를 해야하는 부분이 있었다. 롱테이크가 많고 대사가 없어서 자칫 루스한 느낌이 들까봐 이를 없애기 위해 많이 노력했던 것 같다.

▶배용준=대사가 절제된 건 대사가 없어서 그랬다. 저 스스로도 대사를 많이 하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점들이 감독님 작품의 매력이고 특징인 것 같다. 저 스스로도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새로운 연기 스타일에 도전할 수 있었다. 이번 작품에서는 어두운 터널 속에 갇혀 있는 듯한 느낌도 받았다. 하지만 정말 재미있는 작품이었고. 거짓말을 하나도 안한 연기라고 해도 괜찮을 것 같다. 진실만을 담아내려고 노력한 작품이다.

-술마시는 장면은 실제로 술을 마시며 찍었다고 들었다.

▶손예진=원래 술을 잘 못먹는다. 영화 초반에 보면 얼굴 빨간 것이 보이실 거다. 조금만 먹어도 빨개진다. 영화를 위해서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감독님도 PD님도 다 드셨다.(웃음) 리얼한 느낌이 나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때의 대사들이 즉흥적인 게 많아서 영화를 보셨다면 리얼한 느낌을 받으실 것이다.

▶배용준=손예진씨가 말씀을 다 해주신 것 같다. 그 장면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정말 색다른 느낌을 받았다. 현장에서 상황과 대사를 받았기 때문에 서영이 어떤 말을 할지 모르고 찍어서 제 반응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손예진씨의 속옷 장면이 두차례에 걸쳐 나온다. 두번째는 몰라도 처음 속옷 장면은 조금 의아했다.

▶허진호 감독=저 역시 그 장면을 편집실에서 고민했던 것 같다. 물론 장면이 들어간 이유 중 하나는 손예진씨 몸이 너무 예뻐서.(손예진 웃음) 그리고 또 다른 이유는 다음 장면이 베드신이 들어가는데 서영의 설렘 등을 보여주고 싶었다.

-영화 촬영 외의 시간은 어떻게 지냈나.

▶허진호 감독=다음 장면을 어떻게 찍을까 고민했다.

▶배용준=촬영 외 시간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운동도 하려 했고 책도 보려고 했지만 영화 속 인물이 너무 힘들어서 그 인물과 같이 힘들어하고 고통스럽게 4개월을 보낸 것 같다. 그래서 작품을 마지막으로 촬영하는 날도 다 찍고 나서 더 찍을 게 있을 것 같아 서운하고 섭섭해서 감독님과 고속도로에서 30분 가량을 그냥 서 있었던 기억도 난다.

▶손예진=호텔 안에 있는 시간이 많았다. 창문으로 바닷가가 보인다. 바다를 바라보면 서영의 느낌이 사는 것 같았다. 특별히 뭔가를 하기보다는 혼자 조용히 지냈다.

-엔딩의 의미는?

▶허진호감독=엔딩신에서는, 인수와 서영이 영화 속에서 많이 힘들었다고 생각했다. 둘이 실제로 이뤄질 수 있을까 하는 질문들을 했었는데 참 여럽다고 생각했다. 그런 점에서 봄에 눈이 오면 어떨까 생각했다. 그것이 현실적으로는 어떨지 몰라도 제 나름대로는 그것이 둘의 해피엔딩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여러 장면을 찍었는데 여운을 주는 느낌이 좋아 그 장면을 선택했다.

▶배용준=저는 개인적으로 손예진씨와 반대로 영화가 좀 밝아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저희 영화가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게 좋다. 허진호 감독님 특유의 서정적 여운이 많이 있는 장면인 것 같아 좋다.

-처음에는 같은 입장이었던 두 사람이 나중엔 한쪽 배우자만 숨지면서 처지가 달라진다. 어떤 효과를 노렸나. 또 두 사람의 사랑을 화면을 통해서 어떻게 표현하고 싶었는지 궁금하다.

▶허진호 감독=두 사람의 입장이 서로의 배우자와 비슷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이들은 배우자들의 사랑에 구역질을 할 정도였지만 본인도 결국 같은 입장이 된다. 배우자와 같은 사랑을 하게 된다고 보여주고 싶었다.

또 한 사람이 죽는 설정을 했던 것은 어떻게 보면 이들의, 우리가 말하는 불륜이란 것, 신뢰에 대한 배신이란 것들이 얼마나 사람을 망가뜨릴 수 있나, 파국으로 몰고갈 수 있나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경호의 영정사진을 사이에 두고 절을 하는 서영과 인수의 모습은 내가 이 영화에서 보여주고 싶었던 내용을 드러내고 있다.

-촬영현장 분위기가 궁금하다.

▶손예진=무거운 소재를 다뤄서 현장이 밝을 수만은 없었다. 배우들이 감정을 잡을 때 스태프도 함께 동참해 주셔서 좋았다. 라면 먹는 신이 기억에 남는다. 감독님은 그냥 컵라면 두 개만 주고 그냥 라면을 먹으라고 하셨는데, 배용준 선배께서 다 먹은 것처럼 설정을 해서 즉흥적인 모습이 나왔다. 재미있었다.

▶배용준=작품의 소재가 심각해서 촬영 현장도 심각했던 기억이 난다. 전체적으로 갈등이 깊고 힘든 상황이어서 제 자신도 힘들었다. 정말 힘든 기억만 난다. 하지만 손예진씨 말씀처럼 재미있는 부분도 있었다. 감독님이 생생한 느낌을 좋아하시기 때문에 어떨 때는 저에게만, 어떨 때는 손예진씨에게만 얘기해 주고 촬영을 한 적도 많았다. 영화 속에 어떻게 표현됐는지 모르겠다.

-'봄날은 간다'에서도 여자가 먼저 연애 걸기를 시작하는데 여기에서도 여자가 '우리 먼저 사귈까요'라고 말한다. 의도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헌팅 장소가 좋았다. 모텔과 카페 신은 백미라고 생각한다. 미리 결정하신 건지, 가서 보고 결정하신 건지 궁금하다.

▶허진호 감독=저는 서영이 먼저 '우리 사귈래요' 했지만 저는 자조적이고 농담같은 얘기라고 생각한다. '일하는 여자가 매력있죠'라고 묻는 서영에게 '아니에요'라고 말하는 인수의 눈빛에서 사랑이 시작되는 게 아닐까.

카페와 모텔과 병원이 있는 공간은 시나리오 작업을 먼저 했는데 헌팅을 했더니 그런 공간이 정말 있었다. '봄날은 간다'도 삼척에서 촬영을 했다. '봄날은 간다'의 벚꽃길이 바로 삼척이다. 삼척이라는 도시와 제가 인연이 있는 것 같다.

-끝인사를 부탁드린다.

▶손예진=끝나지 않을 것 같던 '외출'이란 영화가 끝났다. 연기자들은 영화 찍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지 않나 생각이 든다. 평가를 기다리게 되니까 영화를 정리하게 된다. 준비하다 보니 제 것이 아닌 것같아 서운하기도 하다. 제게는 잊지 못할 작품이 될 것 같다.

▶허진호 감독=오늘 영화를 보면서 그간 작업이 참 행복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배우들이 고생을 했고 고생한 만큼의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 '외출'에 많은 관심 보여주셨으면 좋겠다.

▶배용준=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감사드린다. 솔직히 걱정을 많이 했었다, 이자리를. 그런데 편안하고 즐겁게 이야기한 것같아 좋다. 영화를 통해 사랑에 대한 많은 특별한 감정을 느끼셨길 바란다. 여러분 항상 행복하시고 건강하십시오.

머니투데이 스타뉴스=김현록.박성기(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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