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선거의 결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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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국의 이번 중간선거를 워싱턴포스트지는 『미국역사상 처음으로 실시되는 국민투표에 가까운 중간선거』라고 평했고, 네이션지는 『지난 50년간의 중간선거 중에서 가장 중요한 선거』라고 표현했다.
선거쟁점으로 등장한 불황과 실업은 미국사람들의 생활과 직결된 것이기 때문에 지난 2년간의 「레이건」경제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심판이 후기 「레이건」정권의 정책방향에 그 만큼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세계적인 관점에서 보아도 미-소 핵 동결, 미-구-일 경제마찰, 미국의 실업구제책으로 일고있는 보호무역주의 경향 같은 중요한 문제들이 이번 중간선거결과에 직접·간접으로 좌우되는 것이기 때문에 역시 비상한 관심의 초점이 되었다.
선거결과는 상원에서 현상유지, 하원의원과 주지사선거에서 민주당의 승리로 나타났다.
민주당은 상원에서 5석을 늘려 다수당으로 복귀하려던 계획에 실패했고, 공화당은 하원의석의 감소를 15석, 많아야 20석으로 막으려던 선거전략에 실패했다.
상원의 현상유지는 처음부터 예상된 것이기 때문에 관심은 주로 하원 쪽으로 쏠렸다.
하원의원선거의 공방선은 20석이었는데 민주당은 거기서 6석을 더 얻은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하원의 20석이 공방선이라고 불릴 만큼 중요했던 것은 공화당이 20석 이상을 잃으면 의회에서 10표정도의 표차로 지난 2년 동안 「레이건」정책을 지지한 민주·공화당의 우파연합이 무너져 후기 「레이건」정권이 「기능부전」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선거결과 공화당의 그런 걱정, 민주당의 그런 기대는 현실로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레이거노믹스」라고 불리는 「레이건」경제정책은 재정지출의 삭감으로 두 자리 숫자의 인플레를 5%로 내리고 금리를 인하하는데는 성공했다. 그러나 공화당류의 전통적인 인플레퇴치 우선으로 실업률은 10.1%로 늘어나 민주당은 이 문제를 최대의 선거쟁점으로 부각시켰다.
「레이건」행정부가 이번 선거에서 노린 것은 우파연합을 유지하여 레이거노믹스를 앞으로 남은 2년 동안 계속 추진하여 84년 대통령선거로 연결시키는 것이었다.
그러나 「레이건」개인으로서는 시야를 넓고 깊게 잡아 2년 전 자신을 대통령에 당선시킨 미국사회 전반의 보수화조류가 건재함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싶었다.
「레이건」의 기대는 현실과는 멀었다.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했으면서도 80년에 「레이건」에게 투표했던 저소득층이 이번에는 높은 실업률과 사회복지정책의 축소에 대한 불만을 터뜨려 민주당지지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초보수파도 그들대로의 불만이 있었다. 그들은 「레이건」이 임신중절금지, 퇴직연금삭감 같은 보수적인 정책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는다고 불평을 해왔다.
작년에 감세법안과 재정지출삭감법안을 통과시킬 때 「레이건」은 앞에 말한 우파연합을 교두보로 탁월한 영도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하원에서 26석의 의석을 잃은 「레이건」의 공화당은 앞으로 2년 동안에는 예산삭감과 고소득층에 큰 혜택을 주는 소득세인하를 성공적으로 추진할 수 없게될 것으로 보인다.
강력한 보수적인 이념을 내걸고있는 「레이건」이 하원에서의 교두보를 잃은 이상 지금까지의 우파노선을 중도보수로 궤도 수정하는 쓴 약을 마셔야할 것 같다.
레이거노믹스의 기본 골격을 유지하면서 궤도 수정을 하는게 쉬운 일이 아니다.
민주당의 입장에서 보면 하원의 26석 증가가 레이거노믹스의 초 보수정책을 견제할 수는 있어도 민주당 자체의 정책을 추진하기에는 미흡하다는 불만이 남는다.
월남패전과 워터게이트를 겪으면서 미국사회는 보수화의 경향을 뚜렷이 보였다. 그 물결을 타고 등장한 「레이건」정권은 보수화무드에 한층 박차를 가하여 미국사회가 전통적인 균형감각을 잃는 것 같은 인상을 남겼다.
이번 중간선거가 너무 오른 편으로 쏠린 미국사회의 중도복귀를 의미하고 「레이건」이 거기 따라 초보수색을 후퇴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면 그것은 환영할 한만 일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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