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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정 "거친 표현 할 수밖에 없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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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거친 표현한 것은 인정한다. 다만 왜 그런 말이 나올 수밖에 없었나 봐달라.”

 박현정(52·사진) 서울시립교향악단(서울시향) 대표가 4일 ‘막말 파동’을 일부 인정했다. 박 대표는 이날 서울시의회 예산안 심의에 참석했다가 기자들과 만났다. 그는 “고운 말로 점잖게 말했어야 하는 건 인정한다. 내가 그렇게까지는 못 갖췄다”고 말했다. 서울시향 사무국 직원 30명 중 17명은 지난 2일 박 대표에게 “회사 손해가 발생하면 장기라도 팔아라” 등 폭언·욕설을 지속적으로 들었다며 퇴진을 요구했었다.

 박 대표는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설명과 함께 새로운 문제를 제기했다. 박 대표는 “인쇄물도 성의 없이 만들고 계약서는 변호사도 보여주지 않은 채 진행하더라”고 주장했다. 시스템이 제대로 없는 조직을 이끌다 보니 나온 거친 말과 행동이라는 뜻으로 이해됐다.

 박 대표는 직원들이 사퇴를 주장한 시점에 의문을 제기했다. “야단친 건 거의 지난해 일이다. 못 참을 일이었으면 그때 (폭로)했어야 하지 않나. 왜 하필 지금인가.” 박 대표는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에 대한 자신의 말을 근거로 제시했다. 지난달 13일 서울시의회 행정감사에서 자신이 정 감독의 피아노 독주회에 대해 “(허락 없는 외부 활동이므로) 계약 해지 했어야 하는 게 맞지만 그렇게 못했다”고 한 발언이 배경이 됐다는 것이다.

 정 감독에게 비판적이었기 때문에 직원들이 자신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박 대표는 “(내가 취임하기 전에는) 정 감독 한마디에 예산도 전용되고 했던데 이제는 안 됐다. 정 감독은 내가 껄끄럽고 편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 감독이 하라는 대로 하는 직원이 많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박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 직원들은 “본질을 빗겨 간 해명”이라고 반박했다. “욕설·성희롱이 있었는지 여부가 중요한데 조직에 대한 비난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한 직원은 “직원이 업무상 잘못은 할 수 있지만 그때마다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하는 상사가 얼마나 되나”며 “정 감독과 박 대표의 갈등은 우리의 주장과 별개”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4일 “ 박원순 시장이 10월 14일 정 감독의 탄원을 접수해 상당 부분 사실임을 확인했고 같은 달 28일 박 대표가 사임 의사를 밝혔다”는 자료를 배포했다. 그러나 이달 1일 박 대표가 사임을 번복했다고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 해임 권한은 서울시향 이사회에 있다”며 “박 시장은 강도 높은 자진 사임 메시지를 줬다”고 말했다. 서울시향 이사회(이사장 신헌철)는 4일 오전 긴급 소집됐다. 박 대표는 5일 오전 10시에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김호정·구혜진 기자

"시스템 없는 조직 이끌다 보니" 해명
직원들 "본질은 욕설·성희롱" 반박
서울시 "박 대표 10월 사임했다 번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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