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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중복지원 땐 합격 취소" … 또 학부모 속 태운 서울교육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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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네 살배기 딸을 둔 이모(35·여·서울 동작구)씨는 4일 오전 미리 원서를 냈던 사립 유치원 두 곳에 전화를 걸어 지원을 취소했다.

원서 접수 당시 유치원으로부터 중복지원이 가능하다고 안내받았지만 서울시교육청이 뒤늦게 중복지원을 적발하겠다고 나서자 서둘러 조치를 한 것이다. 이씨는 “교육청의 오락가락 정책 때문에 학부모들만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 간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이 사립 유치원 추첨일(4일)을 하루 앞둔 지난 3일 ‘유치원 원아모집에 중복지원하면 합격을 취소하겠다’는 공문을 일선 유치원에 보내면서 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일부터 유치원 원서 접수가 시작된 가운데 이미 여러 곳에 원서를 낸 일부 학부모가 뒤늦게 이를 취소하느라 곤욕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학부모들은 “시교육청이 애초에 중복지원 적발 의사를 명확히 밝히지 않은 게 문제”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시교육청은 지난달 10일 가·나·다군별로 나눠 뽑는 유치원생 모집 개선안을 발표하면서 중복지원 방지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내놓지 않았다. 지난달 27일 개선안을 수정하면서도 관련 언급은 없었다. 당시 시교육청 관계자는 “중복지원을 하지 않는 건 학부모의 몫”이라고만 했다. 학부모들 사이에선 ‘중복지원을 하지 않으면 바보’라는 분위기가 형성됐고, 일부 유치원도 ‘중복지원이 가능하다’고 홍보했다.

 중복지원 적발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시교육청은 15일까지 유아 이름·생년월일·보호자 이름이 담긴 명단을 일선 유치원으로부터 제공받아 분석할 예정이다. 하지만 학부모들 사이에선 “보호자 성명란에 아빠·할아버지 등을 돌아가면서 적으면 여러 유치원에 지원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시교육청 관계자도 “치밀한 보완책이 없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지난 3일 국회에서 “유치원 중복지원을 이유로 시교육청이 합격을 취소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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