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주가 얼마니? 말로 물으니 스마트워치가 "130만원입니다" 대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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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구글은 안드로이드OS가 탑재된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스마트워치·구글글래스 같은 웨어러블 기기에서도 음성검색을 지원하고 있다. [사진 구글코리아]

나 : “오케이 구글, 엄마한테 ‘나 오늘 밤에 늦는다’고 문자 좀 보내줘”

구글 : “네. 엄마에게 문자를 보내는 중입니다.”

나 : “오케이 구글, 지금 삼성전자 주가는?”

구글 : “삼성전자 주가는 현재 130만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손목에 찬 스마트워치를 향해 속삭이듯 “오케이 구글” 하고 말을 걸자, 잠들어 있던 음성비서가 깨어났다. 한국어로 친구에게 말하듯 해도 구글의 음성비서는 정확히 의도를 파악하고, 답을 내놓고, 명령을 실행했다. 구글 음성비서의 새 기능 ‘구글앤써’(답변)와 ‘구글액션’(실행)을 사용해 본 장면이다.

 이 기능은 지난해말 미국을 시작으로 영국·프랑스·독일·일본 순으로 확대됐다. 한국어는 이날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스마트폰은 물론이고 구글의 웨어러블(착용형) 기기용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웨어가 탑재된 스마트워치(삼성 기어라이브·LG G워치R 등)에서 구글 앱을 통해 이용할 수 있다. 세계 검색시장의 90%를 장악한 구글이 음성인식 기술을 웨어러블 기기로 확장해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다. 한국은 네이버·다음카카오 등 한국어 기반 검색엔진의 시장점유율이 90%에 달해 구글이 고전하는 드문 시장이다.

 구글의 음성검색 기능은 구글 앱 검색창 오른쪽에 있는 마이크버튼을 누르면 활성화된다. 안드로이드4.4 버전부터는 스마트폰 잠금을 풀고 홈스크린에서 “오케이 구글”이라고 말하면 음성인식 모드로 자동 전환된다.

 손가락으로 디스플레이를 만지고, 앱을 실행한 뒤 검색어를 입력하는 절차가 모두 사라졌다. 구글코리아 이해민 검색 프로덕트 매니저는 “스마트폰보다 화면이 작고, 글자를 입력하기 불편한 웨어러블 기기에서는 음성인식 기술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운전 중에도 안전하게 전화를 걸거나 문자메시지를 보낼 수 있어 삶이 더 편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런 기능을 이용하려면 구글측에 개인주소록 같은 개인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웨어러블 기기와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 시장이 커지면서 음성인식 서비스 수요도 늘고 있다. 2008년 처음 음성검색을 시작한 구글의 음성검색 사용률은 올해 들어 지난해의 2배로 증가했다. 애플도 2011년부터 음성비서 ‘시리’를 서비스 중이고, 올해 들어서는 스마트자동차용 운영체제 ‘카플레이’에서도 구글(안드로이드오토)과 음성인식 기술을 경쟁하고 있다.

 최근엔 세계 최대의 클라우드 서비스업체 아마존도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아마존은 지난달 6일 음성비서 겸 블루투스 스피커 ‘에코’를 깜짝 공개했다. 높이 23㎝, 무게 900g의 원통형 스피커 모양인 에코에는 7개의 스피커가 장착돼 있다. 무선와이파이가 설치된 집안 거실에 에코를 두고, “알렉사”라고 외치기만 하면 음성비서 서비스를 시작한다. 앞서 마이크로소프트도 지난 2월 음성비서 ‘코타나’를 공개했다.

 국내 업체들도 기술력으로는 이들 기업에 뒤지지 않는다. 스마트폰 제조사인 삼성·LG는 자체 음성서비스(S보이스·Q보이스)를 스마트폰에 탑재하고 있다. 국내 최대 검색업체인 네이버도 방대한 한국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앱 ‘링크(Link)’로 이미 2012년에 구글앤써·액션과 비슷한 기능을 선보였다. 하지만 현재는 네이버 검색 앱과 외국어 통번역 서비스에서만 일부 음성검색이 지원된다. 다음카카오도 지도에서만 음성검색이 가능하다. 구글이나 애플같은 글로벌 운영체제 없이는 서비스를 확장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한국어에 강한 음성인식 기술을 꾸준히 개발하고 있다”며 “음성인식 기술이 보편화되면 네이버 모바일 서비스에 차차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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