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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교수님의 갑질, 성추행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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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서울대 수리과학부 강석진 교수가 인턴 여학생과 제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3일 구속 수감됐다. 당초 강 교수를 사직처리 하려던 서울대도 인권센터를 통해 진상조사를 한 뒤 조사결과에 따라 징계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징계 없이 사표를 받고 끝내려다 비난 여론이 거세자 입장을 바꾼 것이다.

 고려대 역시 최근 대학원생 성추행 혐의를 받고 있는 공과대학 이모 교수의 사표를 받고 진상조사를 중단하자 학생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고려대 일반대학원 총학생회는 4일 성명을 내고 “이번 사건은 권력 관계에서 발생한 성폭력”이라며 “그런데도 학교 측은 징계 절차를 밟기는커녕 사표를 수리해 재취업의 기회까지 보장해줬다”고 주장했다.

 성희롱 관련 소송으로선 국내 처음 제기된 서울대 우 조교 성희롱 사건이 발생한 지 20여 년이 흘렀다. 하지만 대학교수의 성추행·성희롱 사건은 끊이지 않고 있다.

 대학교수의 제자 성추행은 갑을 관계를 악용한 대표적인 권력형 성범죄다. 학생들은 성적·학위나 진로에 불이익을 받을까 두려워 피해를 당하더라도 신고하기 어렵다. 강석진 교수의 경우도 인턴 여학생을 성추행한 게 언론에 보도되자 그동안 신고를 못 하고 있던 피해자들의 제보가 잇따르면서 검찰 수사로 확대됐다.

 최근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선 교수 성추행 사건을 엄하게 다루고 있다. 지난 10월 서울서부지법에선 수업을 듣던 여학생의 몸을 만진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서울의 한 전문대 교수에게 징역 8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울산지법은 지난 6월 레슨 중 어린 제자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울산 지역 음대 교수 정모씨에게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교수 성추행에 대한 대학의 대처는 여전히 안이하다. 대학 측에 신고가 들어와도 학교의 명예를 떨어뜨린다는 이유로 쉬쉬하며 넘어가는 경우가 흔하다. 심지어 수업 중 학생들을 성추행한 교수에게 강의를 그대로 맡기는 대학도 있을 정도다. 수사나 소송으로 가기 전에 대학이 먼저 철저한 진상조사를 하고 징계를 해야 한다. 그래야 추가 피해를 막고 또 다른 사건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