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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마의 계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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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화마의 계절이 되었다. 최근 대형 화재사고는 줄었다고 하나 서민들의 겨울은 겨우살이 준비 못지 않게 불조심에 힘쓸 때다.
통계에 따르면 작년(81년) 한해 동안 전국에선 5천 8백 51건의 화재사고가 일어나 1백 32억원의 재산이 재(회)로 변했고 9백 99명의 인명피해를 냈다. 이것은 80년보다 건수론 7·5% 밖에 늘지 않았으나 인명피해는 12%가 늘었고 특히 피해액은 59%나 늘어난 것이다.
이 같은 추세는 화재가 일어나는 경우는 이전과 별다름 없으나 피해액은 커진다는 결과를 보여준다. 다시 말해 불에 타 없어지는 시민의 동산과 부동산이 점차 대규모화 하고있는 것이다.
화재발생의 원인을 봐도 불이 크게 날수 있는 요인이 많다. 아궁이로 인한 화재는 줄고 있는 대신 전기, 가스, 유류 등이 원인이 된 화재는 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전기와 유류의 사용은 나날이 늘고 있고 겨울철엔 특히 그렇다. 화재의 원인 가운데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이로 인한 화재가 늘고 있는 것은 당연한 시대적 추세다.
전기나 가스, 유류 등은 그 성격상 전문가들이 다루어야할 분야다. 아무리 화재발생의 일차적 책임이 당사자에게 있다 하더라도 이들 분야는 전문가의 손으로 철저한 안전수칙이 마련됨이 바람직하다. 이들 위험물질에 대한 사회적 안전장치를 제도화하는 것이 결국 화재발생의 제일 큰 원인을 사전에 봉쇄하는 일이다.
이점에서 당국은 불나기 쉬운 계절을 맞아 건물의 화재예방점검에 만전을 기해야할 것이다. 대부분의 복합건물은 어지럽게 늘어진 전기, 가스, 유류 배관 때문에 특히 경계를 요할 대상이다.
불이 난 뒤에 안전점검을 소홀히 했다거나 주인이 소방당국의 경고를 무시한 사례가 드러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전문가들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곳엔 자세한 안전수칙을 명문화한 책자를 비치하도록 해서 사용자가 수시로 참고하도록 해야한다.
특히 고층건물에 대한 불조심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칠 수 없다. 최근 치솟고 있는 빌딩들이 과연 소방법이나 관계법규에 맞게 방화시설을 갖추었는지 점검해야 한다. 화재발생 시에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은 경우가 가끔 있었다. 이것은 결국 건축허가만 받아내려는 눈가림 공사에 그 원인이 있다.
이 같이 미비한 시설 때문에 화재예방과 소화에 큰 지장을 받았다면 과연 그것은 누구의 손해로 돌아가는가 깊이 생각해야 한다.
최근 지하철공사의 시공으로 도로연변의 소방전이 제대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지도 걱정거리다. 소방시설이 미비한 기존건물은 결국 이 급수전에 의존해야 할텐데 무리한 공사로 인해 이것이 훼손됐다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건설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유지하는 일도 못지 않게 중요하다. 화재로 회신되는 재산은 곧 개인의 재산이자 국가의 재산이다. 화재는 땀 흘려 건설한 우리의 노력을 한 순간에 도노로 만든다.
사회가 안전하다는 것은 각종 외부로부터 오는 생명과 재산에 대한 위험을 잘 막아냄을 의미한다. 화재, 자연·산업재해, 교통사고 등은 안정사회를 위협하는 큰 요인이 된다.
소방당국은 겨울철을 맞아 다시 한번 화재예방과 소방대책에 경각심을 기울이기 바란다. 점차 다양해지는 화재원인에 대비해서 예방장비와 소화장비를 충실히 갖추어야할 것이다. 또한 가정이나 직장, 특히 산업체에선 해이한 정신자세 때문에 불의의 재앙을 자초하는 일이 없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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