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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락의 고장」서 펼친 고유의 춤과 노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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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예향 광주에서 펼쳐진 제23회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
지난 26일 광주 무등경기장에서 개막, 3일간의 경연을 벌였던 올해 대회는 농악·민속극·민속놀이·민요 등 4개 부문에 이북5도를 포함한 18개 시도의 19개팀, 총 1천1백16명이 출연, 대성황을 이루었다. 이번 대회에서는 경연종목 이외에 과거 대통령상을 수상한 바 있는 「현천 소동패놀이」등 4개 종목이 시연되기도 했다.
영예의 대통령상에 전북의 「삼동굿놀이」(민속놀이)가, 국무총리상에 전남의「장산도 들노래」(민요)가 차지했다. 「삼동굿놀이」는 남원군 괴양리에 전승되어 오던 놀이로 자녀의출산·성장·입신출세를 기원하는 농악놀이로 여러 사람이 엎드린 등위로 한 사람이 걸어가는 지네밟기, 어른의 어깨 위에 올라선 어린 무동 3명의「동고리」를 복합한 민속놀이다. 그 춤과 몸짓이 잘 조화를 이루고 가락이 뛰어난 점이 높게 평가받았다. 「장산도 들노래」 는 신안군 장산도에 전승되는 농사짓는 소리다. 그 구성지고 청아한 가락을 듣고는 『역시 가락은 호남』이란 탄성을 연발케 하기도 했다.
이번 대회의 부문별 출연 현황을 보면 농악 1개팀, 민속극 3개팀, 민속놀이 l2개팀, 민요 3개팀으로 경연, 19개팀 가운데 민속놀이가 절반을 넘는 반면, 민속무용 부문이 전혀 없었고 그 흔하던 농악이 l개팀으로 줄어들어 아쉬움과 함께 편향성의 문제점이 지적됐다.
개발의 여지가 가장 많은 민속놀이부문은 12개 출연종목 중 11개가 신작이었다.
원형에 충실하려는 두드러진 경향이 돋보였다는 평을 받고있다. 그 가운데 「산신놀이」 (제주도)는 제주도 산기슭 마을의 사냥의식인데 이것은 종교의례와 원초적 연극발생의 원형을 밝힐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주목됐다.
「감내(감천) 게줄 당기기」(경남)는 밀양군 감내지방에서 장정 둘이 허리에 끈을 달아 게처럼 기면서 힘을 겨루는 놀이다. 소재가 매우 특이하여 새로운 놀이로 평가됐으나 불필요한 지신밟기 가락이 들어가는 등 너무 구성(기교)쪽에 치우친 게 흠이 있었다.
이번 대회에서 전승의 새로운 가능성을 시험해준 분야는 민속극부문.
기능보유자들이 대거 등장, 마치 무대에서 보는 세련미 때문에 프로화(?)논란을 벌였던 예년과는 달리 다수의 전수생들이 출연, 젊고 신선한 동작을 선 보였다. 올해로 23회를 맞는 민속예술경연대회는 딜레머를 안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끌어나가야 할지 방향모색을 할 때라고 관계자들은 보고있다.
이진희문공장관은 개회식 치사를 통해 『사회일부에서 이 대회의 민속예능경연이 실생활의 기반을 상실한 나머지 멋도 흥도 가신 인위적 전시용 놀음이라는 논의가 있는 사실에 대해 겸허하게 귀를 기울여야할 때』라고 지적한 바 있다.
경연방식을 언제까지 끌고 갈 것인지, 아예 대회의 성격 자체를 바꿀 것인지, 공연장은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이 대회가 풀어야 할 과제들은 산적돼 있다.
현장을 떠난 민속은 이미 민속이 아니라는 말이 있다. 또 공간의 차단으로 관객이 떨어져 있다면 그 또한 민속다운 놀이관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연륜동안 이 대회가 쌓은 긍정적인 면, 이를테면 민속에 대한 국민적 관심의 제고 등을 바탕으로 지역사회 중심으로 민속발굴과 계승작업을 펴면서 대회의 갈 길을 지혜롭게모색할 때라고 관심있는 학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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