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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6명 vs 교사 1명 … 수능 개선위도 교수 일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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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2015학년 수능 성적표가 배부된 3일 서울 순화동 이화외고 학생이 점수를 확인하고 있다. [김경빈 기자]

교육부가 3일 수능 출제 오류, 난이도 조정 실패를 막기 위한 ‘ 수 능 개선위원회’를 구성했다. 하지만 “교육계 안팎의 다양한 인사도 참여할 것”이라는 당초 방침과 달리 대다수 위원을 교수로 선임해 논란을 빚고 있다.

 교육부는 수능 개선위원회 위원장에 김신영(교육학) 한국외대 교수를 선임했다. 김경성(초등교육) 서울교대 교수 등 6명이 위원을 맡았다. 교육부 김도완 대입제도과장은 “위원회는 내년 3월까지 수능 문항의 출제 오류를 개선하고 난이도를 안정시키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위원회가 마련한 개선안은 내년 3월 발표된 뒤 내년 6월·9월 모의평가, 2016학년도 수능에 적용된다”고 밝혔다.

 교육계에선 ‘반쪽짜리 위원회’라는 지적이 나왔다. 위원장·위원들이 현직 교사인 김종우 회장을 빼고는 대학교수 일색이어서다. 황우여 교육부 장관이 지난달 24일 “교육계 인사뿐 아니라 법조인과 같은 다양한 비교육계 인사도 참여토록 하겠다”고 밝혔던 방침과는 동떨어진 결과다.

 한국교총 김동석 대변인은 “연이은 수능 오류의 원인은 교수 중심의 문제 출제 관행, 특정 학맥 중심의 운영 등인데도 교수들이 주도하는 위원회가 구성됐다” 고 우려했다.

 위원들의 경력 등을 들어 “교육당국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김신영 위원장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책임연구원 출신이다. 그는 2009년 논문에서 ▶고교 1~2학년 범위의 쉬운 수능 ▶2~3학년 심화과정에서 출제하는 어려운 수능을 함께 치르는 ‘이원체제’를 주장했다. 김경성 서울교대 교수는 세계지리 출제 오류 논란을 겪은 2014학년도 수능 채점위원장이었다. 두 교수는 한국교육평가학회의 전·현직 회장이다.

 김대현 부산대 교수는 한국교육과정학회장, 김진완 서울대 교수는 한국영어교육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이들 교수 4명이 활동한 학회들은 평가원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전교조 하병수 대변인은 “교육부·평가원과 카르텔이 형성된 이들 학회는 그간 출제위원들을 배출하는 창구였거나 정권의 입맛에 맞춘 실패한 정책을 입안한 주체들이었다”고 비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내년 3월까지 개선안을 마련해야 하는데 매우 촉박한 일정”이라며 “인원이 너무 많거나 비전문가가 많으면 신속한 진행이 어렵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교원·학부모·언론인·법조인 등이 참여하는 ‘수능 개선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글=천인성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4명은 평가원과 밀접한 학회 소속
"교육당국 입김 자유롭지 못할 것"
다양한 외부인사 참여 방침 무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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