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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이슈] "대 ~ 한민국 구호 금지는 잘못" 68%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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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 김기남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 등 북측 대표단 일행이 14일 국립현충원을 참배한 뒤 현충문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8.15 민족대축전에 대해 국민은 남북관계의 변화와 진전을 평가하면서도 걱정과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남북통일축구 응원 방식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우세했다. 응원 때 '대~한민국' 대신 '조~국통일'이란 구호를 사용하게 한 데 대해 '잘못된 일'이라는 응답이 68%였다. 태극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데도 61%가 비판적이었다. 정치적 이념 때문에 북한에 대해 부정적 인식이 강한 고연령층은 물론 이념 문제에 비교적 자유로운 20~30대 저연령층에서도 반수 이상이 응원 방식 제한에 대해 아쉬움을 표시했다.

이 설문조사를 하기 전에 이번 행사를 알고 있었다고 답변한 80%를 대상으로 질문한 결과 가장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장면은 북한대표단의 국립현충원 방문(44%)을 꼽았다. 그 다음은 남북통일축구 참관(25%), 김대중 전 대통령 병문안(10%), 국회 방문(6%), 노무현 대통령 예방(4%) 순이었고, 8%는 '기억나는 것이 없다'고 답변했다.

남북관계의 변화, 혹은 진전된 상황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분위기도 느낄 수 있다. 북한 대표단의 파격적인 행보가 '대남전략 일환이며 불순한 의도가 있기 때문에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은 34%에 그쳤다. 대신 '전향적 자세를 인정하고 남북관계 성숙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이 64%로 경계론보다 갑절 가까이 됐다.

이번 행사로 북한에 대한 생각이나 이미지가 좋은 방향으로 변했다는 사람은 40%, 나쁜 방향으로 바뀌었다는 사람은 3%였다. 변하지 않았다는 사람은 56%였다.

이번 행사의 부수적 효과에 대해서도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 이를 남북관계 발전에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향후 남북관계가 원만해질 것(69%)이고, 이달 말 열릴 예정인 북핵 6자회담에서 좋은 성과가 기대된다(55%)는 견해가 많았다. 국가정통성 훼손이나 국가보안법 무용론 등 염려하는 목소리에 대해선 '동의한다'는 의견이 36%였다.

◆ 무관심이냐 탈정치냐=이번 여론조사에서 가장 주목할 대목은 남북관계에 대해 20~30대가 보여준 반응이다. 이들은 8.15 민족대축전 행사에 대해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고 관심이 적었다. 설문조사를 하기 전에 이번 행사를 알고 있었다는 응답자가 40대는 86%였으나 20대는 72%였다. 신문.TV 등의 행사 관련 보도에 관심을 가졌다는 사람도 50대 이상에서는 69%였으나 30대는 46%에 불과했다. 우리 정부의 과잉 대응에 대해 40대는 71%가 비판적이었지만 20대는 비판적 의견이 53%에 그쳤다.

저연령층에서는 탈정치의 모습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정치적 행사보다 남북통일축구에 더 관심이 있다. 북한대표단의 국립현충원 방문과 일련의 파격적 행보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많다. 이번 행사를 이념적으로 단죄하는 의견에 대해서도 20대의 68%가 반대했다.

20~30대는 행사로 인한 영향력에서도 자유로웠다. 8.15 민족대축전 행사와 북한대표단 방문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대한 기존 이미지가 변화되지 않았다는 응답이 20대와 30대 모두 63%였다. 36%는 북한에 대한 생각과 이미지가 이번 행사로 인해 '좋은 방향으로 변화했다'고 답했다.

한편 민족대축전과 관련된 진보단체 행사 개최를 허용하지 않은 연세대 총학생회장이 탈정치를 주장했다. 18일 노 대통령은 언론사 정치부장과의 간담회에서 남북의 평화공존과 통일을 구분하는 소위 '분석적 사고'를 언급했다. 활발한 교류협력에도 불구하고 통일이 조기에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지체 현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이번 여론조사에선 적어도 남북관계에 대한 우리 국민의 성숙한 민심이 드러났다. 불순한 의도가 없는지 경계해야 하지만 의미있는 진전은 수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예상하지 못한 충격은 가라앉혀야 하겠지만 병존하는 혼란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현명하게 대응할 필요도 있다고 했다.

◆ 호남이 영남보다 호의적 평가=지역별로는 호남 지역민들이 영남에 비해 호의적으로 평가했다. 이번 행사가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는 77% 대 65%, 남북관계가 원만해질 것이라는 응답은 81% 대 65%, 6자회담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 역시 72% 대 53%였다. 남북통일축구 응원 때 '대~한민국' 구호를 사용하지 못한 것이 잘못이라는 응답은 호남 61% 대 영남 73%, 정부의 대응이나 접대가 지나쳤다는 평가 역시 52% 대 71%로 나타났다.

신창운 여론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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