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293) - 「언청이수술」(9) 함기선 <성모병원 성형외과 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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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오래전 충청도에서 목장을 경영한다는 28세의 청년이 진찰실에 온적이 있다.
환자의 얘기를 요약하면 언청이로 자라다가 수술을 받았는데 결과가 좋지않아 다시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아직도 코와 입술의 모양이 보기흉한 상태로 있다. 최근 혼담이 들어오는데 자신과 같은 결함을 가진 아이가 태어날까봐 결혼을 미루고있다.
그러니 세번째 수술로 교정을 할수 있는지, 아이에게는 어떤 영향이 없는지에 대해 전문의의 확실한 답변을 듣고 싶다는 것이다.
입술만의 언청이 수술을 받는 경우는 적기에 첫번수술로 성공을 거두는것이 중요하다. 이미 두번째 수술을 하게되면 결과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다만 코에까지 변형이 생긴때는 청년기초기에 코에대한 수술을 한번더 받는수는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남자가 신생아1천2백명당 1명, 여자는 1천6백명당 1명꼴로 언청이가 태어난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언청이 수술을 받더라도 표가 나는것으로 생각하지만 수술이 잘되었을때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전혀 알아볼수 없게 되는것이 보통이다.
입술언청이의 수술적기는 보통 생후 3∼4개월로 잡고있지만 상태에 따라 달라질수도 있다. 잇몸까지 침범되지않은 단순한 입술만의 경우는 생후 4∼5개월께 수술을 받는것이 오히려 좋다.
그때쯤이면 유아의 입술구조가 제법 발달되어 수술할때 해부학적으로 교정해 주기가 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잇몸, 또는 입천장까지 침범되어있는 언청이라면 가능한한 출생후 3개월안에 수술을 받는 것이 좋다.
앞서의 환자는 코에 변형이 있는 입술만의 언청이었으나 수술시기가 늦었고 수술할때 윗입술을 잘라내어 아랫입술의 크기와 균형이 이뤄지지 않은 때문이었다.
이런 경우에는 아랫입술을 떼어내어 윗입술에 이식시켜 줌으로써 정상적인 입모습을 찾을수 있으며, 그후 흉터제거 수술을 한번 더받게 된다. 물론 환자는 이런과정을 거쳐 결혼, 현재 슬하에 2명의 자녀를 두고있다.
이 환자를 괴롭히던 두번째의 문제인 「언청이는 유전하는가」라는 문제에 관해서는 「언청이는 유전이 아니다」라고 대답할수 있다.
언청이가 태어난것은 유전이라기보다 오히려 임신초기 환경적 요인에 의한 경우가 많다. 예를들면 임신2개월 이내에 특정한 약물, 특히 부신피질호르몬제나 아스피린, 진통제같은 약물을 임부가 복용할때 잘나타나는 것등이다.
필자의 언청이연구소에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유전을 결정짓는 염색체이상으로 언청이가 발전된 것은 없었다. 다만 통계상으로 부모가 언청이였을때 그 자식에서 같은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약간은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을뿐이다.
부모가 언청이일때 자식에서 나타나는 발현율은 3%미만이므로 이것을 유전이라고 말할수는 없다.
자녀가 언청이로 태어났을때 수술비 문제로 적기를 놓치는 수가 많은데 대한적십자사·가톨릭자선회등의 도움을 받아 무료 시술을 받을수 있는 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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