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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만에 좌파가 득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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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스페인내전이후 약 반세기만에 좌파의 승리가 확실시되고 있는 28일의 총선을 앞두고 스페인 전역은 잇단 폭력과 테러사건으로 어둡게 얼룩지고 있다. 18일에도 북부지방의 민병대막사 폭발사고등 3건의 테러가 일어났고 16일엔 하룻밤새 공공기관·은행등 8건의 폭파사건이 있었다. 지난달말에는 이른바 반파시스트혁명단체인 「10윌l일도」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17건의 폭파사건이 하룻동안 연속으로 터지기도했다.
극좌테러단체인 이들은 선거의 전면 보이코트를 주장하며 선거방해공작을 계속하고 있다.
이와함께 바스크와 카탈란스분리독립주의자들의 테러·시위등도 꼬리를 물어 총선전야를어지럽히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번 총선에 암영을 던지는 것은 지난2일 발표된 쿠데타음모사건이다. 「세르반테스」작전으로 불린 이 군사 쿠데타음모는 영관급장교들을 중심으로 우선 수도 마드리드부터 장악, 혁명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었다. 당국의 발표로는 총선 하루전인 27일 마드리드를 무력으로 점령, 지방과 고립시킨후 계엄을 선포하고 헌법을 폐지한뒤 군사정부를 세운다는게 음모의 골자다.
특히 이들은 75년11월 「프랑코」총통사망이후 최초로 군통수권자인 「콴·카를로스」국왕의 권한을 마비시키려고 기도했다는 점이 특기할만하다. 국왕이 군부과격파의 「제1의 적」이 됐음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이 불발쿠데타는 77년8월의 「카를로스」 국왕및 「아돌포·수아레스」수상 암살미수, 다음해 l1월 5명의 장교에 의한 정부전복음모(갈락시작전), 81년2윌23일 「안토니오·테헤로」 중령이 주도한 민병대원 3백명의 국회의사당 점거사건등 「프랑코」 사망후 스페인민주화를 위협했던 각종 사건에 이은 아홉번째의 「적신호」였다.
게다가 1심에서 30년형을 선고받고 현재 옥중에서 2심을 기다리고 있는「테헤로」중령은일부 극우파가 얼마전 창당한「스페인단결당」 후보로 이번 총선에 마드리드에서 출마할 예정이어서 각정당과 여론이 심각한 반응용 보이고 있다.
형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데다 민병대퇴역을 신청한이상 그의 입후보를 법적으로 막을수는 없다고 법원이 결정하자 대부분의 신문들은 『어처구니없는일』, 『참을수 없는 일』이란 논조를 펴고 있다.
극우파신문인 엘알카사르만이 「영광과 정의」란 제목의 사설로 만족을 나타냈을 뿐이다.
17일 마드리드거리에 나붙은 그의 선거 벽보엔 단 한마디 「사나이」란 단어만 큼직하게씌어있다.
아뭏든 이번 「세르반테스 작전」음모에 관해선 당국이 「튀스·무노스·구티에레스」대령등 3명의 영관급장교들을 혐의자로 체포, 아직 수사중이어서 쿠데타의 목적·배후등이 불분명한만큼 여전히 총선의 변수로 작용할 여지가 크다.
이미 80년말부터 터키식 군사정부를 세우려는 「대령들」의 쿠데타설이 나돈터여서 그 그림자는 더욱 짙다. 이들 3명외에 마드리드 발란세 사라고세관구의 관련장교들이 가택연금돼 있다는 보도도 나왔으나 국방성은 입을 꾹 다물고 있다.
이런 와중에서 좌·우·중도등 각 정당들은 지난 6일부터 공식적인 선거운동에 들어갔는데 현재의 대세는 좌파인 사회노동당(PSOE)으로 쏠려있다.
「펠리페·곤살레스」가 이끄는 PSOE는 몇달전부터 계속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줄곧 40%이상의 지지를 얻어 승리가 거의 확실하다. 최근의 한 조사는 PSOE가 46%를 득표하리라고 점쳤으며, 반면 이들의 가장 강력한 적수로 꼽히는 인민동맹당(AP)은 18%밖에 표를 얻지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집권당인 중도민주연합(UCD)과 공산당은 7%, 중도보수계인 중도민주사회당(CDS)은 5%, 바스크및 카탈란스분리주의자들의 지방정당과 기타정당이 통틀어 12%정도를 차지하리라는 전망이다.
『변혁을 위해』란 구호를 내건 PSOE는 보통 사회주의 정당들과는 달리 산업의 국유화를 선거공약에 넣지 않은게 특징이다.
PSOE는 현재 생산과 판매를 5∼6개 회사가 과점하고있는 전력부문의 국유화만을 내세우고 있다. 그보다도 PSOE는 특히 군부개혁을 포함한 행정조직의 민주화를 가장 큰 과제로 여기고 있다.
「프랑코」이후 형식상의 권력은 국왕에게 넘어갔으나 실제권력은 여전히 「권력이 머물던자리」, 즉 행정조직에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전수상 「수아레스」는 과도기였던 집권4년반동안 국왕의 조정에 힘입어 폭력이나 큰 소요사태없이 「프랑코」 주의의 잔재를 없애기 위한 기존제도개혁등 민주화정책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고 평가받고있으나 행정분야에선 현대화·민주화가 아직 요원하다.
현집권당 UCD에서 떨어져나간 「아돌프·수아레스」 전수상이 지난7월 창당한 중도민주사회당은 「공동사회의 인격주의」, 「스페인다운 스페인」을 공약하고 있으나 하부조직이 빈약한 상태이고 「산티에고·카릴로」의 공산당은 「과거의 청산과 실업자구제」를 외치고 있지만 군부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있다.
사회노동당의 부상은 중도정당의 약체화에서 비롯한 것인데다 과거 집권기간중 의사당점거사태 등에서 보인 중도정당의 허약성때문이다. 민주화의 길을 걷고있는 스페인국민들의 열망이 이번 총선에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주목된다. 【파리=주원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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