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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책무와 긍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광복후 미군정청 산하의 경무국으로 발촉 했던 국립경찰이 오늘로써 창립 37주년을 맞았다.
창립 당시 1백63개 경찰서에 3만5천명의 인력밖에 없었던 경찰규모는 그 동안 갖은 고난과 역경을 거쳐 현재는 경찰서 1백92개소, 지· 파출소 3천1백16개소, 총 인력 5만6천명으로 늘어났다.
이와 같은 경찰의 양적 팽창이 인구증가 속도나 점증하는 경찰업무에 알맞은 것인지는 별문제로 치고 최근 우리의 관심은 경찰이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자질을 갖추었느냐에 집중되지 않을 수 없다.
경찰은 공안질서의 유지와 시민의 재산과 생명보호를 기본책무로 하고 있어 그의 일거수 일투족은 곧 시민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며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까지 좌우한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얼마 전에 경찰의 자질을 의심할 사건들이 연달아 일어난 것을 국민 모두가 가슴아파 하는 이유도 바로 경찰의 임무가 이렇듯 중차대 하기 때문이다.
일련의 홍역을 치른 경찰은 그 어느 때보다도 과감하게 경찰행정 쇄신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우선 의무경찰이란 색다른 제도를 통해 경찰 인력관리의 개선을 꾀할 계획이다. 의무경찰에서 직업경찰로 채용되는 사람에겐 최소한 6개월간의 교육으로 자질을 향상시키며 근무중부적격자로 판단된 경찰은 지휘관의 직권으로 면직시키는 강력한 법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각종범죄의 사전 예방을 위해 도보순찰연대를 발족시켰으며 계급정년을 단축시켜 정체인사를 해소할 계획이다.
이 같은 일련의 계획이 과연 그 동안 일그러진 경찰 상을 얼마나 바로잡고 긍지를 높여줄 수 있을지는 경찰 스스로 얼마나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느냐에 달려있다. 갈수록 복잡해지는 경찰업무는 점차 고도의 자질을 갖춘 적격자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증거 재판주의가 교훈 하듯 이제 경찰 수사업무는 과거의 주먹구구식 수사에만 머무를 수가 없으며 완벽한 과학수사로 물적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
또 인신 구속의 남발로 인권을 유린하던 과거의 사례는 정의사회를 지향하는 재5 공화국에선 마땅히 근절되어야 한다.
그 동안 경찰은 「권력의 시녀」로, 국민 편에 서기보다는 정치적 이용물로 타락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제 성숙된 사회에서는 이 같은 왜곡된 경찰 상은 더 이상 국민이 용납하지 못한다.
차츰 늘어나는 지능범죄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것도 경찰의 시대적 사명의 한가지다. 범죄수법의 다양화에 대처하는 두뇌경찰은 노련한 경험을 갖춘 전문요원의 양성을 요구한다.이 점에서 별다른 과오가 없는 경찰간부까지 조기 퇴직시키는 행정지침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
국립경찰은 지금 제2의 도약기를 맞고 있다. 69년의 경찰공무원법 제정과 74년의 치안본부 승격에 이르는 과정이 경찰관의 신분보장과 경찰제도의 확립을 통한 제1의 도약기라면 경찰의 자질향상을 위해 진통을 거듭하고 있는 지금이 바로 제2의 도약기인 것이다.
경찰공무원 개개인의 자질과 능력을 높이는 문제는 제도의 정비보다도 보다 근원적인 과제이며 경찰의 존재의의 조차 다시 한번 성찰해야하는 중대한 시점에 와 있다. 이것은 최근에 겪은 일련의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국민이 받은 충격이 너무나 컸기 때문이며 반사적으로 경찰의 체질개선을 바라는 국민의 여망이 그만큼 간절하기 때문이다.
창설 37돌을 맞은 국립경찰은 이제 과거의 불유쾌한 기억과 결별하고, 또 그것을 교훈 삼아 새로운 미래 지향적인 경찰 상을 확립할 때가 왔다.
법 집행에 엄정하고, 비위를 저지르지 않으며, 시민을 보호하고 국민에게 봉사하는 유능한 경찰은 바로 나라의 자랑이며 안전한 사회를 유지하는 대들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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