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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식당, 맛있는 음식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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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여행하는 지역이나 여행하는 나라의 음식이 입에 맞아야 그 여행이 즐거운 것은 누구나 경험하는 일이다. 특히 외국관광객에게 구미에 맞는 음식을 제공, 인상깊은 여행이 되도록 하는 것은 주인 된 나라 사람들의 도리이기도 하다.
올림픽 서울유치를 계기로 외국여행객들의 구매에 맞는 음식을 개발하고 깨끗한 음식을 제공하자는 운동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그런 뜻에서 너무나 당연하다.
우리 나라의 음식이 외국인들의 구미에 얼마나 맞느냐의 여부는 차치하고 주방시설에서 조리과정에 이르기까지 위생상태가 영점에 가깝다는 것은 우리가 매일같이 보고 느끼는 일이다.
대중을 상대로 음식을 파는 유흥 음식점에서는 위생적으로 처리된 깨끗한 음식을 손님들에게 제공해야 한다. 음식을 만들기까지의 과정이 깨끗해야함은 말할 것도 없고 음식물을 보관하는 냉장시설 역시 완벽해야 한다. 파리나 바퀴 등 벌레들이 음식을 빨지 않도록 주변환경을 깨끗이 해야 하고 음식물이 닿는 도마, 행주, 수저, 그릇 등은 한번 사용한 다음 반드시 끓여 소독해야만 손님들은 마음놓고 음식을 드는 것이다.
음식을 조리하는 종업원들은 두발이나 손톱을 항상 청결히 해야하고 법이 정한대로 위생복, 위생모를 착용해야한다.
그러나 위생점검을 비교적 완벽하게 하고 음식을 조리하는 곳은 극소수에 불과하고 대부분의 음식점들은 불결하기 짝이 없는 원시적인 환경에서 음식을 만들고 있다.
서울의 경우만 해도 제대로 시설을 갖추고 영업하는 음식점은 전체업소 5만2천6백89개소 가운데 6%인 3천2백92개소에, 불과하다는 것이 당국의 조사결과다.
가뜩이나 외국인의 구미에 드는 음식개발도 시원치 않은데다 위생상태가 이처럼 엉망인 상태에서 외국관광객들이 많이 몰려와도 무조건 좋아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70년 대 이래 세계적인 레저 붐을 타고 우리 나라를 찾는 관광객들은 연간 1백만 명을 헤아리고있다.
금년의 유치목표는 1백25만 명에 5억5천만 달러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들에게 제공할 우리의 전통음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 고유의 맛을 원형대로 요리해온 궁중 요리라든지 전주 비빔밥, 강원도 감자떡, 평양 냉면 등을 외국인들의 구미에 맞도록 개발하면「한국의 맛」 을 찾는 관광객들의 기호에도 맞을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서울만 해도 호텔이나 일류 음식점들이 많아 그런 대로 외국관광객들을 수용할 수 있지만 지방으로 가면 그렇지도 않다. 일본 관광객들이 많이 몰리는 경주 보문단지에서는 음식을 잘못 먹어 배탈이 난 일본인들이 클레임을 거는 일이 잦아 관광회사들이 비명을 올리고 있다는 것은 오래 전부터 들어온 얘기다.
외국관광객들의 복주에 대비해서 우선할 것은 한국의 고유음식에서 서양음식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구미에 맞는 다양한 음식을 개발하고 그것을 어디서나 맛볼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서울시는 시내의 전통음식점 1백 곳을 지정, 오는 83년까지 단계적으로 행정지원을 편다는 방침을 세워 추진하고 있다. 그러한 노력이 서울에만 국한되지 말고 지방에까지 확산되는 것이 바람직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음식의 조리를 위생적으로 해서 깨끗한 음식을 손님들에게 제공하는 일이다. 음식이 아무리 맛이 있어도 깨끗하게 조리되었다는 확신이 없으면 그 맛은 반감되고 마는 것이다.
음식은 한나라의 문화수준을 가늠하는 척도다. 올림픽이 아니더라도 깨끗한 환경에서 음식을 조리하는 것은 문화국민으로서 당연한 책무다. 「깨끗한 음식 팔기 운동」이 반드시 성공해서 뿌리를 내려야할 소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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