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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 산책] 위안부 고통 '온몸 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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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 황수자(오른쪽)씨가 위안부 할머니를 끌어안고 있다. 김상진 기자

"위안부 할머니들의 한을 다양한 방법으로 널리 알리는 길만이 일본정부의 진실한 사죄와 보상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봐요."

올해 거창국제연극제에 초청된 일본 극단 '오피스 타령' 대표 황수자(55.여)씨는 귀국하면서 "할머니들의 고통을 10%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지난 13,14일 거창군 위천면 장미극장에서 일본군 위안부의 한을 그린 모노드라마 '나그네 타령'을 열연했다. 재일교포 2세인 그녀는 연극제 집행위측이 특별 초청하자 기꺼이 무대에 올랐다.

나그네 타령은 해방이 돼 귀국선을 탄 위안부 할머니가 가족들에게 피해사실 공개를 괴로워하다가 바다로 몸을 던졌으나 구조돼 다시 일본으로 돌아가 한 많은 삶을 산다는 줄거리다. 일본인 극작가 쿠리키 히데야키가 쓴 작품을 황씨가 연출로 가다듬었다.

그녀는 이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1990년 부모 고향인 경남 함안을 처음 찾아 위안부 할머니를 만나기 시작, 5년간 한국을 오가며 자료를 모았다.

그녀는 이 작품을 99년부터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한 연극제에 처음으로 선보여 일본 연극계에서 폭발적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그동안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10여 차례 공연을 했다. 그녀는 한국말을 전혀 하지 못하지만 대사를 모두 외워 유창한 한국말로 공연했다. 그녀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생생한 체험을 작품에 반영하기 위해 13일 공연에 통영.거제 지역 위안부 할머니 5명을 초청해 간담회를 가지기도 했다.

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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