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곳 없는 아이 70명 기른 스님아빠 14년 '자식 사랑' 화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7일 오후 경기도 의정부시 호원동 '통일안국사'사찰. 조립식 가건물인 20여평짜리 '선재 동자원'에서 유치원생 또래 어린이 20여명이 장난감 놀이를 하고 있었다. 남루한 승복 차림의 지산(智山.52)스님이 옆에서 아이들을 보살피고 있다.

주지인 지산 스님은 14년째 버려진 아이들의 아빠 노릇을 하고 있다. 백일된 아기부터 대학생에 이르기까지 70명의 대식구를 혼자서 돌본다.

스님은 오전 5시쯤 일어나 밤새 아픈 아이는 없는지 살피고 1시간 동안 예불을 올린 뒤 잠자리에 들 때까지 아이들을 돌보며 하루를 보낸다.

정부의 지원이 없는 비인가 시설이어서 50여명의 후원자와 자원봉사자의 도움으로 빠듯하게 운영하고 있다. 그래서 스님은 틈나는 대로 가까운 학교를 찾아 점심 급식 후 남는 음식을 얻어오기도 한다.

스님은 1990년 4월 부모가 이혼하는 바람에 오갈 데 없어진 한살배기 여자아이를 기르면서 버려진 아이 돌보기를 시작했다.

계속 식구가 늘자 스님은 27평짜리 2층 법당 아래쪽을 방으로 개조하고 조립식 건물 2동을 지어 거실과 식당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 건물들이 낡고 비좁은 데다 화재 위험이 높은 게 걱정이다.

스님은 지난달부터 '의정부 사암연합회' '좋은 일을 하는 사람들의 모임', 용(龍)그림의 대가인 정대봉(鄭大鳳.63)씨의 도움을 받아 '아이들을 위한 사랑의 보금자리 만들어주기 운동'에 나섰다.

바자 등을 통해 기금이 모이면 공부방.목욕탕.컴퓨터실.거실.침실 등을 갖춘 지상 3층.연면적 3백평 규모의 쾌적한 안식처를 마련할 계획이다. 031-876-2235.

전익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