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전쟁 나도 중국 개입 안돼

중앙일보

입력

‘북한 포기’ 문제를 놓고 중국의 두 한반도 전문가가 격돌했다. 중국이 국익을 위한 대북 전략 수립에 고민을 하고 있다는 시사다.

리둔치우(李敦球) 저장(浙江)대학 한국연구소 객좌연구원은 지난달 27일 환구시보(環球時報)에 ‘65년 파트너 북한을 포기할 수 없다’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중국과 북한의 국익은 대부분 일치하고 중국이 북한을 포기하는 전략적 오판은 미국에 엄청난 선물을 주는 격”이라며 최근 중국 내 상당수 한반도 전문가들이 제기한 ‘북한 포기론’을 비판한 것이다.

이에 중국군 내 대표적 매파로 알려진 왕훙광(王洪光) 전 난징(南京)군구 부사령관(중장 예편)이 1일 환구망에 반박 글을 올렸다. 그는 “중·북 사이엔 각국의 이익이 있을 뿐 ‘북한 포기’문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못을 박았다. “북한은 중국과 한 마디 상의도 없이 핵을 보유했고 그 결과 한국과 일본의 핵 무장 등 핵 도미노 가능성이 있는데 이게 어떻게 동북아 안정이고 중국과 북한의 이익 일치”냐고 반문했다.

그는 “현재 중·북 관계는 각자 이익에 따른 정상적 국가 관계이고 북한이 망한다 해도 중국은 이를 구할 필요가 없고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도 개입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중국의 ‘전략적 병풍’이라는 리 연구원의 주장에 대해서도 그는 “38선에서 중국 국경까지는 5~600㎞에 불과해 거리 개념이 희석되고 있는 현대전 시각으로 보면 ‘전략적 병풍’은 큰 의미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중국의 북한 포기는 북한 붕괴로 이어진다”는 분석에 대해서도 “정권이 국민의 신임을 얻지 못하면 붕괴하는 건 시간 문제다. 중국은 구세주가 아니며 설사 북한이 붕괴해도 구할 수 없고 우리는 상응하는 대비만 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은 3대 세습 국가며 사회주의를 포기했으므로 사회주의 정당의 동지관계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아 각자의 길을 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왕 전 부사령관은 중국 사회주의 정권 개국 공신인 왕젠칭(王建靑) 소장의 아들로 전인대 대표를 지냈으며 중국군 내 한반도 전문가로 통한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chkc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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