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새 수상서출 진통 막후서「감투흥정」한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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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스즈끼」(영목선행)수상의 돌연한 사임의사표명 이후 후임인 선출 놓고 자민당 내 주류·비주류 파간의 표 대결로 치달리던 일본정국은 14일 최고고문회의를 계기로 타렵 무드가 조성됨으로써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자민당 내의 3大 파벌인「스즈끼」, 「후꾸다」,「다나까」파의 3자 회담(스즈끼·후꾸다·니까이도) 이 당 최고고문회의의 결정에 따라 15일 상오11시에 열렸으나 아무런 결론도 내리지 못하고 1시간만에 끝났다.
이 회의에서 자민당요직 및 내각의 주요 포스트에 대한 안배 인선문제까지 거론할 예정이었으나 첫 회의에서는 아무런 성과가 없어 이날 밤이나 16일 상오에 2차 회담을 갖기로 했다. 따라서 15일 하오에 열린 자민당 양원의원총회에서는「스즈끼」수상의 퇴임인사만 들었다.
주류 파에서는 이미「나까소네」(중별근강홍·행정관리청 장관)를 다음 총재 및 수상으로 밀기로 방침을 정하고 있어 3자 회담의 성공여부는 비주류인「후꾸다」파가 어떤 조건으로 이를 받아들이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경우 가장 관심을 모으는 것이 당의 인사·재정 등 실권을 쥐는 간사장 자리의 행방이다.
「후꾸다」파 내부에서는「아베」(안배진태낭·통산상)를 간사장에 앉히는 조건이라면「나까소네」정권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자민당은 앞으로 통일지방선거·참의원선거,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중·참의원 동시 선거를 치러야 하는 만큼 자파에서 간사장을 내는 경우 세력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다나까」파에서도 간사장 자리에는 집념을 버리지 않고 있는 만큼 3자 회담은 이문제로 자칫 암초에 올라앉을 가능성마저 있다.
주류 파 일부에서는 타협안으로「다나까」파가「니까이도」(이계당진) 현 간사장을 부총재로 하고 그 외에 간사장 대리를 차지하고「후꾸다」파가「아베」를 간사장으로, 그리고 총무회장·정조회장은 「스즈끼」파와「고오모또」(하본민부) 파가 나누어 갖는다는 안을 내고있으며 다른 일부에서는「고오모또」를 부총재 혹은 부수상(신설안)으로 한다는 안도 거론하고 있다.
요직안배는 후임총재인선과 상관관계를 가지면서 협의과정에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게된다. 강경자세를 보이던「후꾸다」(폭전규부),「고오모또」,「나까가와」(중천일낭 과기청 장관)등 비주류 파가 대결자세를 무너뜨리고 협상테이블에 안게된 배경에는 파벌간 수의 힘에 의한 역학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국회의원 수에서 주류 파의 3분의1에 불과한 열세에 있는 비주류 파로서는 최대의 카드를 예비선거로 몰고 간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예비선거를 치르려면 4명 이상의 후보자가 있어야하는데 주류 파가「나까소네」1명만을 내세우고있는 만큼 비주류 파가 3명의 후보자를 내야한다. 총재선거에 입후보하려면 국회의원 50명 이상의 추천이 필요하므로 비주류 파는 후보자 자신을 합해 최소한 l백53명을 확보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비주류의 세력은3개 파벌을 합해도 1백28명에 불과한 실정. 그 동안 비주류 파는 무 파벌의원(48명)을 대상으로 활발한 흡수공작을 벌었고 1백50명 선을 확보했다는 이야기도 나왔으나 실제로는 추천인 확보에 실패했다는 이야기다. 가장 강경한 자세를 보이던「나까가와」가14일 협상에 의한 총재선출에 따르겠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그 동안 운영하던「총재 예비선거실시추진사무소」운영을 중지한 것은 이 같은 사정을 뒷받침한다.
「고오모또」만이 후보등록의사를 굳히고 있으나 파벌 내부에서는 당내 고립을 우려하는 소리가 높아 지고있다. 3자 회담으로 일단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는 했으나 이번 협상의 성공에는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후꾸다」파에서는 끝까지「나까소제」총재 안에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다. 14일의「후꾸다」-「스즈끼」회담에서「후꾸다」는「나까소네」대신「미야자와」(궁택희일)관방 장관(스즈끼 파)을 내보내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으나「스즈끼」가 이를 거절했다는 이야기다. 「후꾸다」파가「나까소네」에 대해 끝까지 알레르기반응을 보이는 것은「나까소네」가「후꾸다」와 같은 군마현 출신라이벌인데다 76년「다나까」-「후꾸다」대결 때「다나까」편을 들어「후꾸다」에게 패배의 상처를 안겨준 데 대한 감정이 깔려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고오모또」가 대결자세를 무너뜨리지 않고 있는 것도 원만한 타결에 장해요인이다.
「후꾸다」는 비주류를 대표해서 협상테이블에 앉는 것이므로「고오모또」「나까가와」와의 사전조정이 필요하다. 14일에는 이미「나까가와」와 만났고 15일에는「고오모또」와도 협의를 가졌다. 「고오모또」는「다나까」를 집어넣은「미끼」(삼목무부)를 이어받고 있으므로「다나까」파와는 수화상극의 관계인 만큼 주류 파와의 협상에서「고오모또」가 어느 정도 유언한 자세를 보일지 의문이다.【동경=신성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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