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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고 주부의 역할을 더 알차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한 인간의 일생을 70년으로볼때 그에게 주어지는 시간은 60만시간이 넘는다고 한다. 이많은 자유시간 동안에 무엇을 할 것인가. 좀더 보람있고 멋있는 일생으로 유도하자는 것이 평생교육 운동이다.
이 운동은 18세기 프랑스에서 시작되어서 1965년 「폴·랑그랑」이 유네스코에 「평생교육론」을 제출함으로써 선진국을 우선하여 세계 각지로 활발하게 전개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도 1981년 4월 「한국평생교육기구」가 개설되면서 그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주부층을 위한 평생교육의 기틀은 별로 마련되지 못한 실정이다. 수년전 각학교의 「어머니 교실」을 통한 배움의 장이 있기는 하였으나 전체 어머니들을 수용하지 못한채 근래에는 그나마 흐지부지된 상태다. 직장이나 노인층을 단위로하는 프로그램이 약간 있을뿐 주부층을 위한 정책적인 배려는 전무한 정도다.
따라서 배움에 목말라 하는 소수의, 그나마 도시에 거주하는 주부들만이 관인 강습소나 소규모 회원중심의 모임을 찾아 나서는 실정이다.
◎교양·취미교실-자신의 삶을 좀더 풍요롭고 아름답게 하려는 주부, 소득을 위한 직업화 내지 부업으로 발전하기를 희망하는 주부들이 주로 찾는다.
작품을 완성하였다는 성취감, 가정을 아륨답게 꾸미거나 선물용으로 쓸 수 있는 만족도가 매력이 된다. 단계적 학습형태를 취하는 교습과정은 훈련·연습의 중요성으로 이해되기는 하지만 수강료·수강시간이 넉넉하지 못한 대부분의 한국주부 현실에서 볼 때 문제점도 적지않다. 수강기간을 다채우지 못하고 중도 포기하는 예가 많은데 운영자측에서는 이에 대해 주부들이 끈기 있게 배우려 하지 않는다고 평가하지만, 주부측의 입장에서는 기술습득후 전문화되기 어려운 현실여건을 들고 있다.
종목으로는 꽃꽂이를 비롯하여 각종 공예(매듭·칠보·종이·유리·인형·목공예등). 유행성이 강하여 인기종목이 자주 바뀐다.
◎어학교실-성장하는 자녀들과 수준을 맞추기 위해서 외국어 교실을 찾게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대개 나이와는 관계없이 항상 젊은 정신과 활기가 넘치는 여성층이다. 자녀가 초·중생일 때인 40대주부층의 수강의욕이 강하다. 학창시절에는 어렵기만 했던 문법구조가 이제 제법 이해가 되나 암기능력은 빵점이라며 나이의 고충을 털어놓는다.
남편의 직장이동, 이민 등의 관계로 외국어 교실을 찾는 주부들은 책임감때문인지 마음만큼 빨리 익혀지지 않지만 목적의식이 뚜렷해서인지 열심히 안할수가 없다고 말한다.
◎요리·복식-소비성향보다는 알뜰형·가정위주의 여성들에게 인기도가 높다. 연령층도 다양한 편이다. 수강비외에 실습비가 많아서 배우고 싶어도 참여할수 없다는 불만ㅇ,ㄹ 털어놓는 주부가 많았다.
지식이나 기술이 남보다 뒤떨어진 것을 늦게야 깨닫고 그래서 오히려 더 뜨거운 향학열에 불타는 만학의 주부들도 있다.
이들 주부들의 고충은 주부역은 주부가 해야된다는 우리의 관습에 있다. 개인적인 만족도는 높으나 정신적인 미안감, 경제적인 고충, 모자라는 노동력을 문제로 꼽고있다.
무엇이든 배우고 익히려는 주부들은 가정에만 파묻혀있는 주부들에 비해 다른 생활면에서도 더 의욕적이고 긍정적이며 활발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하루의 생활도 훨씬 더 짜임새있게 요리되고 있다. 자신의 만족감 뿐만 아니라, 남편이나 자녀들로부터 자신의 위치가 새삼 인정되는 것 같아 기쁘다고 말하는 주부들도 있다. 자녀들이 어머니를 보는 입장도 매우 긍정적인 편으로 5년이 넘도록 수영과 어학을 배우고 있는 어느 주부의 중학생 아들은 『우리 엄마는 늘 바빠요. 그래선지 나도 늘 무언가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불만이 없느냐는 질문에 오히려 친구같고 현대식이라 좋다고 답한다.
끝없이 배우려는 주부층의 의식은 바로「나」를 찾으며 「주부」 역할을 멋있게 하자는데 있다고 배움의 장에 뛰어든 주부들은 말한다.
여성들의 잠재인력을 방치함으로써 국가적으로는 우수한 자원이 사장된다.
한 가정에 미치는 주부의 영향력을 생각해 볼때 새로운 세대를 위한 의식운동 전개도 주부층에서부터 실시함이 바람직한 효과를 거두는 첩경이 될것이다.
끝없이 탐구하며 연구하는 주부의 모습, 만들고 꾸미며 책을 읽는 한여성의 모습은 남편에게, 자식에게 밝은 꽃이며 이 나라에 보이지 않는 거름흙이 되리라고 어느 주부교실 지도자의 말을 공감하게 된다. <주부 김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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