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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파일 그 기업이 알고싶다] 12. GS칼텍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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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 신입사원 김서희·임형준씨가 주유소에서 친절교육을 받고 있다. [GS칼텍스 제공]

▶ GS칼텍스 여수 석유정제공장에서 직원들 이 현장 교육을 받고 있다. [GS칼텍스 제공]

11일 서울 강남의 GS타워 27층의 한쪽에서는 순대.떡볶이.튀김 등을 놓고 간식 파티가 열렸다. GS칼텍스 인재개발팀 이완우 차장은 근속 10년을 맞아 회사에서 받은 격려금의 일부를 이날 인재개발팀.인사팀 등 동료에게 풀었다. GS칼텍스에서는 입사 5년, 10년, 15년 등 근속 5년 단위로 직원들에게 근속 격려금과 주유 상품권을 준다. 격려금을 줄 때는 통장으로 입금하지 않고 담당 부문장이 직원들이 보는 데서 전달한다. 축하의 박수소리가 울려 퍼지는 것은 물론이다. 이 회사는 직원들 간의 인화와 정을 중시한다.

◆ 자율을 중시하나 책임도 따른다=영업기획팀에 배치받은 지 4개월이 된 양경미(23)씨는 "입사 후 지금까지 큰 소리로 야단맞은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선배나 부서장은 틀린 부분은 자상하게 지적해주고, 한가지 일이 익숙해지면 다른 일을 맡긴다. 잘할 때는 격려도 잊지 않는다.

하지만 양씨는 매일 오전 8시에 출근해 일주일에 두세 번은 밤 12시까지 야근한다. 혼나지 않는다고 맡은 일을 부실하게 처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GS칼텍스는 1967년 미국 정유회사 칼텍스와 합작해 세워졌다. 오랜 역사를 지닌 외국 합작 기업이다. 입사 4년차의 인사팀 김은경씨는 "회사 분위기는 어느 회사보다 '젠틀'하지만 업무 성과는 철저하게 따진다"고 말한다. 상사가 퇴근하지 않는다고 함께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하는 일은 없다. 현장을 중요시하는 분위기도 강하다. 마케팅부서 같은 비영업직으로 입사해도 영업이나 생산본부(공장)에서 1년간 교육을 받아야 한다.

◆ 어울려서 일 잘하는 사람을 원한다='특이 경력'을 가진 사람들은 1차 면접까지 그냥 올라간다. 다양한 인재를 우대한다는 차원에서다. 대학가요제 수상자, 슈퍼모델, 오지탐험 여행을 했던 지원자 등은 이런 원칙에 따라 회사에 입사했다. CR기획팀 주창면 팀장은 "경력이 튀는 사람들과 일해 보니 확실히 적극적인 면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유연한 사고와 논리적인 사고가 핵심이다. '즐겁게 같이 일할 식구' 혹은 '혼자서 잘하는 사람보다는 어울려서 잘하는 사람'을 뽑는 것이 원칙이다. 정년은 58세. 생산직을 제외하고는 정년을 채우는 경우는 별로 없지만, 그래도 '사오정(45세 정년)' 같은 유행어엔 신경 쓰지 않고 50대까지 꾸준히 다닐 수 있다. 평사원으로 입사한 지 4년 만에 대리, 대리 된지 3년 만에 과장, 과장된 지 4년 만에 차장, 그 후 3년 만에 부장으로 올라간다는 '4-3-4-3 가이드 라인'이 있다. 하지만 이 가이드 라인보다 빨리 진급한다고 좋아하지도, 늦게 진급한다고 지나치게 조바심내는 분위기는 아니라고 한다.

◆ 면접이 당락을 결정한다=학점은 4.5 만점에 3.0 이상, 토익점수는 이공계는 650점, 인문계는 730점 이상이 돼야 서류전형을 통과한다. 서류전형을 통과하면 컴퓨터 화면을 보며 치르는 50분 분량의 조직가치부합도 검사를 한다. 이를 통과하면 면접이 기다리고 있다. 면접은 ▶6명이 한 조로 약 50분간 토론하는 '집단토론'▶제시된 과제 중 하나를 골라 10~15분 동안 발표하는 '개별프레젠테이션'▶혼자 들어가서 20~30분 동안 면접관의 질문을 받는 '1차 면접'▶3~5명이 함께 들어가서 부사장급 이상 고위 임원들로부터 질문을 받는 '2차 면접'으로 이뤄진다.

1차 면접은 이런 식이다.

면접관="OO도시에 OO가구가 사는데 주유소가 몇 개나 필요할 것 같습니까."

응시생="한국의 가구당 평균 차량 보유 대수가 1~2대 정도입니다. 가구당 인구가 6명 이상이라면 2대 이상 갖고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가구당 일주일에 쓰는 기름을 Oℓ로 계산해보면…"

면접관="음, 알겠습니다. 됐어요."

정답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답을 구하기까지의 논리적인 사고의 흐름을 보겠다는 것이다. 2차 면접 땐 허동수 회장이 참여해 질문을 던진다.

면접 땐 뭐든지 솔직하게 얘기하는 것이 좋다. "회사에 뼈를 묻겠다"는 식의 '고루한' 충성 표현은 오히려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고 면접위원들은 충고한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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